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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세월호 참사 11주기 추모 낭독회

관리자
2025-04-17
조회수 129

2025년 4월 16일은 세월호참사 11주기였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고 싶은 분들과 함께 플랫폼 달에서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낭독회를 진행했습니다.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 유가족 자매‧형제들이 보낸 10년을 추적하여 기록한 책입니다. “10년, 우리들 곁에는 –형제자매 김소영, 김소희 이야기”를 각자의 목소리로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낭독하는 사람이 바뀔 때 글의 화자가 바뀌는 것처럼 다양하게 읽혔는데요. 혼자 읽을 때는 놓쳤던 부분, 덜 와닿았던 부분들이 낭독으로 들으니 몰입하게 되어 마음을 두드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낭독이 끝난 후 소감을 나누었는데요.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이야기에 대한 소감이 다양했습니다. 두 딸을 두고 떠나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 장녀로서 책임감, 둘째 누나로서 동생에 대한 애정과 언니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독립, 가족을 잃는 상실감의 무게, 세월호 유가족임을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약속시민대회의 주제는 "기억하는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였습니다. 기억하는 우리가 함께 기후 재난,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으로 바꿀 것입니다.

 

나누고 싶은 감동적인 문구들입니다.

114쪽

“보고 싶지 않아도 세월호 관련 소식을 보게 되잖아요. 부정적인 반응이나 악성댓글을 자꾸 보니까 상처받더라고요. 그렇다고 내가 앞에 나서서 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나는 정말 잘살아야겠다, 성공해서 진짜 잘살아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모든 걸 차단하고 앞만 보면서 살았어요. 동생이 살지 못한 삶까지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힘을 갖고 싶었어요. 우리가 힘이 없다는 걸, 그래서 할 수 없는게 많다는 걸 진도에 한 달간 있으면서 아주 깊이 느꼈거든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저는 돈에 대한 열망이 있었잖아요.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도 한동안 그 열망이 강했어요. 성공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엄마가 병원에 가시면서 그 생각이 바뀐 거예요. 병원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잖아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요. 우리에게도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확들더라고요. 성공과 돈이 삶의 중심이 아니구나. 내가 행복해야 하는구나.

 

117쪽

한국사회에 참사가 많이 일어나잖아요. 저는 사람들과 있을 때 그런 일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지 않거든요. 이 공간에 그 아픔을 겪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늘 생각해요. 제가 당사자가 되어보니 알게 됐잖아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유가족이 있을 거라고 상상하지 않고 말해요. 이제 남은 가족들 어떡하니? 나쁜 듯으로 한 말은 아니라지만 참사 나고 한동안은 그런 말을 듣는 것초자초 싫더라고요. 특히 저는 아빠가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어른들이나 친구들이 그냥 별생각 없이 ‘아빠는 무슨 일 하셔?라고 묻는게 너무 불편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부모님은 뭐 하세요?‘ 이런 거 안 물어봐요.

 

129쪽

상담이라고 해서 딱딱한 분위기인 줄 알았는데 일상적인 걸 물어보셨어요. 그동안 뭐 했냐? 취미는 뭐냐? 그러다 문득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툭 던지시더라고요. 하루는 어제 뭐 했냐고 물어보셨어요. 아무것도 안 했다고 했더니 뭐라도 한 걸 말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냥 뭐 TV보고 유투브 보고 휴대폰 보고 그랬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대답했죠. 그러면 아무것도 안 한게 아니지 않느냐고 그러시더라고요. 휴대폰도 하고 TV도 보지 않았느냐고. 삶에서 겪는 모든 일들을 저울에 올려서 재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책 읽는 날은 의미 있는 날, TV 보고 휴대폰만 한 날은 의미 없는 날, 이렇게 정의 내리지 말라고. 그때 삶을 보는 관점을 전환하게 됐어요. 모든 일에 굳이 다 의미를 두지 말아야겠구나. 지금 내 상황에도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겠다. 내가 멈춰 있을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나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132쪽

한국사회가 죽음이라는 걸 너무 무겁게 보기도 하고 자기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그랬죠. 그런데 제 주변에 떠나간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죽는다는게 누구한테나 일어나는 일이고, 언제 일어나도 진짜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배웠거든요. 지금 이렇게 살아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할 정도로 죽음은 우리 가까이 있구나. 그 사실을 인식한 후로 열심히 살게 됐어요. 막 죽기 살기로 열심히 산다는게 아니라, 내 삶에 집중하게 됐다는 뜻이에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해보자, 좀 더 행복하게 살자,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134-135쪽

저랑 언니는 살아오면서 벌써 가족 셋이 떠나버린 거잖아요.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게 무섭기도 해요. 서로 깊은 유대관계가 생겼는데 그게 또 끊길까봐. …… 그게 무서워서 깊은 관계를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까지 했죠. (중간 생략)

모든 사람이 살아가면서 상실을 겪잖아요. 만남이 있고 끝이 있는게 인생이니까. 헤어지는게 무섭다는 이유로 지금 살아 있는 삶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와 추억을 만들지 않는다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는 것도 받아들이게 됐어요. 지금은 현재의 삶에 좀더 집중하면서 같이 있는 사람들과 최대한 좋게 보내면서 살아가려고 해요. 큰 행복보다는 소소한 것에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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