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참 흔한데 찜찜한 물질이구나
한국의 아동·청소년 1021명을 대상으로 소변 검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꼴로 ‘파라벤’이 검출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라벤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가.
기사 원문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010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지혜씨(30)는 요즘 ‘순한’ 화장품을 쓰려고 노력한다. 2013년 스테로이드제가 든 화장품을 모르고 썼다가 피부가 민감성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화장품이 순한지 독한지는 용기에 적힌 성분표시를 보고 판단한다. 물론 복잡한 화학물질 이름을 다 알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물질만은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파라벤이 그중 하나다. 최씨는 “피부과에서 제품을 권할 때 파라벤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 뒤로 파라벤이 들어간 화장품엔 손이 가지 않게 됐다”라고 말했다.
파라벤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살균성 보존제다.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이소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이소부틸파라벤, 벤질파라벤 등 종류가 다양하다. 두 가지 이상의 파라벤이 섞이면 방부 효과가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주로 혼합 형태로 쓰인다. 화학적으로 안정된 데다가 항균성이 좋고 무엇보다도 값이 싸다는 이유로 1920년대 의약품에 최초로 첨가된 이래 지금까지 널리 사용된다. 파라벤은 화장품뿐만 아니라 감미료·탄산음료 같은 식품과 마취제·알약·주사액 같은 의약품에도 방부제로 쓰인다. 따라서 현대인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파라벤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날마다 파라벤이 들어간 제품을 만지거나 섭취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주부 한예슬씨(30)는 “아무리 천연화장품 등을 찾아 쓴다 해도 한계가 있다. 일상에서 파라벤을 완벽히 피하기란 불가능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20 05~2006년 6세 이상 2548명을 대상으로 한 소변 검사에서 파라벤 농도를 측정했더니 대다수 피실험자의 소변에서 메틸파라벤과 프로필파라벤이 검출됐다. 파라벤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일까. 먼저 전 세계 보건당국의 공통된 견해는 ‘적정 농도 사용은 괜찮다’는 것이다. 2006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과 화장품성분조사단(CIR)은 ‘파라벤이 화장품의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1986년 당시 CIR의 판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도 파라벤을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적정 농도일까. 여기서부터 각국 정부의 견해가 갈린다. 한국은 화장품의 경우 파라벤 함량 최대치 기준을 0.4~0.8%로 정한다. 식품에 사용하는 것은 2009년 이후 식초·잼·간장 따위 특정 식품군에 한해서만 메틸파라벤·에틸파라벤을 허용한다(파라벤은 종류에 따라 독성의 크기가 다르다).미국과 유럽의 기준도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2010년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에서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의 배합비율을 0.19%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고, 덴마크는 아예 3세 이하 영유아용 화장품에 프로필파라벤, 부틸파라벤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들 파라벤이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화장품 업계 등은 보건당국이 정한 법적 기준치보다 적은 양의 파라벤을 사용하므로 소비자들이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파라벤을 사용하지 않으면 화장품이 며칠 못 가 썩어버리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천연화장품 내 몸을 살린다>의 저자 임성은씨는 책에서 “어디까지나 한 가지 화장품에 든 독성 성분의 양과 관련된 발언이다. 즉 화장품 관계자의 주장은 우리가 매일같이 20종 가까운 화장품을 꾸준히 쓴다는 걸 간과한 것이다”라고 반박한다.
특히 한국 여성의 화장 시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 기초화장만 해도 유럽 여성은 2~3단계, 일본 여성은 5단계, 한국 여성은 6~9단계의 제품을 바른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시중 화장품에 포함된 ‘적정량’의 파라벤만으로도 접촉성 피부염을 앓는 이들이 있다. ‘저독성이지만 내분비 장애 일으킬 수 있다’ 학계에서는 파라벤의 사용 기간, 농도 등이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연구 결과들은 대부분 ‘파라벤이 저독성이긴 하지만 내분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방향으로 종합된다.
무엇보다 파라벤은 남성의 미성숙, 여성의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가령 부틸파라벤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호르몬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2003년 영국에서는 유방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의 체내 세포조직에서 파라벤이 검출됐다. 파라벤을 함유한 제품을 섭취한 엄마의 모유를 먹은 아기가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어쩔 수 없이 노출되는 파라벤에 신경을 끄고 살거나, 그래도 되도록 파라벤을 피하거나. 후자의 길이 좀 더 고되다. 앞서 살펴봤듯 파라벤을 완벽히 피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설령 피한다 해도 또 다른 대체 방부제인 페녹시에탄올 등이 들어간 제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파라벤 등 유해물질을 되도록 피하고픈 이들에게 여성환경연대 고정금숙 환경건강팀장은 “한국 생협에서 나오는 화장품이나 해외 대행 사이트를 통해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 않은 화장품을 싼값에 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신 이들 화장품은 시중 화장품보다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고정금숙 팀장은 파라벤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산업계 주장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쓴다 해도 독성이 높은 파라벤의 사용부터 점차 줄여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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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참 흔한데 찜찜한 물질이구나
한국의 아동·청소년 1021명을 대상으로 소변 검사를 한 결과, 10명 중 9명꼴로 ‘파라벤’이 검출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파라벤은 인체에 유해한 물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