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는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탈성장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주목하고 가시화함으로써 전환의 씨앗을 찾습니다. 젠더정의 없이 기후정의는 실현될 수 없기에, 기후 거버넌스 내 성평등 보장과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꽃보다 할매 밀양으로 가는 길
지난 금요일 밀양에 다녀왔습니다. 저희 같은 사람을 이른 바 '외부 세력'이라고 공격하는데, 직접 가봤더니 밀양에는 외부세력이 아주 많았습니다. 우선 밀양 외부에서 끌어모은 경찰병력 3,000명, 밀양에 자꾸 내려오시는 산자부 장관과 국무총리 같은 외부 세력들이 발에 널리고 채였지요. 그에 비해 탈핵 희망버스를 타고 내려간 사람은 한 줌의 소수, 약 80명이었습니다. 밀양에 같이 내려간 전 활동가의 말처럼, 저도 '내 마음 편해 보려고' 밀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집에서 썩어가는 빨래, 와우북 페스티발이 열리는 홍대 거리, 여름 옷을 정리하고 가을 옷을 꺼내야 하는 시기를 뒤로 하고 불금의 밤, 탈핵희망버스를 타고 5시간이 걸려 밀양에 내려갔지요. 내려가봤자 이미 시작된 공사를 얼마나 막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주말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개인적으로 보내려니 죄 짓는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밀양에 가려면 비상식량을 잘 챙겨야 합니다. 저희는 '노숙조'였는데 다음 날까지의 비상 식량이 '천국'에서 내려온 김밥 한 줄이었지요. '할매'들께서 농성 와중에 우리 밥까지 깨알같이 챙기시는데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먹고 대신 비상식량을 안겨드려도 좋습니다. 특히 사과, 배, 밤 등은 경찰과의 대치 상태에서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낼 때 야금야금 깍아서 '할매'들과 나눠먹으면 시간도 잘 가고 입도 즐겁습니다. 우리 깨알같이 준비해보아요. 
희망버스가 밀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였습니다. 이 시간에 버스에서 내려 약 30분 정도를 달밤 체조 하듯 휴대폰 손전등 앱을 활성화시키고 그 불빛에 의지해 바드리 마을 공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바드리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바라본 하늘에서는 별이 총총히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소녀가 된 기분으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이런 거구나, 하는 실감으로 깜깜한 밤 등산을 했지요. 밀양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아마 그 날 바드리 농성장으로 등산한 사람들 마음에 총총이 박혔을 거에요.
10월에 뭔 스키 타러 온 포스란 말입니까. 하지만 오리털 뽕뽕 뽑히는 '오바스런' 파카가 아니었다면 정녕 입 돌아갈 뻔했습니다. 가을 산의 냉기는 체감 온도 -10도에 필적했지요. 도대체 노숙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겨울을 길에서 보내신다는 말인가요. ㄷ ㄷ ㄷ 아흑 ㅠ.ㅠ
아침에 추위에 떨다 눈을 떴더니 침낭에 덮은 비닐 위로 아침 이슬이 송글송글 말고 주르륵 흐르는 채로 맺혀 있었습니다. 거의 이슬비라도 내린 수준이었고, 비닐이 없었다면 아마 침낭이 모두 젖었을 거에요. 할매들이 미리 다 아시고 이렇게 큰 비닐을 준비해놓으신 거겠지요. 이 산을 지키겠다고 할매들께서 노숙의 달인이 되셨습니다. 아아 꽃보다 할매!!!!
눈 뜨자 마자 일찍도 오신 경찰님들이십니다. 이 분들은 밥 때 되고 퇴근할 때 되면 척척 교대가 됩니다. 할매들은 농성장에서 주무시고 다시 농성장에서 하루 종일 대치하시고 또 농성장에서 주무시지요. 하루만 자도 삭신이 쭈시는데. ㅠ.ㅠ 아, 가을 산의 하늘만 저리도 청명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삶은 지속됩니다. 아래 마을 동네 멍멍이들은 뛰어놀다가 농성장까지 올라오고, 아침이 되자 밀양 주민들은 아침 식사를 만들어주십니다. 저희는 염치 없게도 농성장에서 밀양 '집밥'을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경상도 특산품? 산초의 향이 물씬 나는 비빔밥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금곡 헬기 공사장에 가서 하루 종일 농성 천막을 지킨다고 땡볕 아래 시간을 보냈습니다. 밤에는 겨울, 한 낮에는 땡볕 여름. 딸랑 하루 지내다 삭신을 부여잡고 서울 가는 버스를 타는데 너무 미안하고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이 전쟁같은 지옥에서 어쨌든 빠져나와 집에 간다는 안도감이 들어서였고, 그 안도감이 참말로 미안.. 해서였습니다. 기약없이 날마다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극단적인 곳, 돌아갈 집이 바로 그 곳인 사람들 앞에서 나는 참 느자구도 없지요.
어느덧 땡볕은 저녁 어스름이 되었습니다. 그 전날만 해도 밀양시 공무원들이 4번이나 천막을 침탈했지만 희망버스가 내려간 날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밀양 할매께서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무서워서 죽는줄 알았다고 하셨을 때, 또 내려오자, 뭐가 되었든 우리 같이 모여있자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곧 밀양에 다시 내려갈 거 같습니다. 같이 내려가 주실 거죠? 밀양 송전탑 공사, 적어도 이야기라도 해 볼 기회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동안 신고리 원전 3호기를 가동하기 위해 밀양 송전탑 공사를 서둘려야 한다고 했지만, 신고리 3호기는 기존 송전 선로를 통해 전기를 전송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신고리 3호기는 위조 부품에 딱 걸려 준공 시점이 미뤄진 상태지요. 공사가 당장 필요한 시점이 아닙니다. 그 동안 제시된 대안들, 송전탑이 필요한지의 여부, 노후화된 고리 핵발전소의 문을 안 닫고 위험하게 계속 운행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라도 해보면 어떨까요. 밀양송전탑공사 반대 위원회가 목 놓아 주장하는 첫째 조건이 바로 'TV 토론회'입니다. 제발이지, 공사를 해도 말이라도 터놓고 하면 안 될까요. 이런 할매들의 손톱같은 제안마저도 묵살하고 포크레인과 헬기와 공권력, 그리고 '외부 세력'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니 조지 오웰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에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모든 피압제자는 언제나 옳으며 모든 압제자는 언제나 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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