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 다녀온 이야기, 여성신문에 기사가 실렸어요.
원본은 여기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할매, 멸치 똥이라도 딸게요!
복코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몇 주 동안 마음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만사를 제치고 밀양에 다녀왔다. 밀려 있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매주 이어지는 희망버스를 몇 차례나 놓치면서 마음 한편이 무거웠던 터였다. 때마침 활동하고 있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월요일 하루는 사무실 활동가 전원이 밀양을 위해 비워두라는 특명(?)이 내려졌고, 반가운 발걸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난 21일(월) 새벽,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과 가톨릭 수녀님, 밀양의 친구들은 당일치기 밀양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밀양의 바드리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점심 무렵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광경은 마을 입구의 넓은 식당에서 수십 명의 경찰이 식사를 하고 있고, 어르신들은 뙤약볕 아스팔트에 앉아 겨우 끼니를 때우시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레미콘 공사 차량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옆 동네 어르신들까지 새벽부터 나와 공사 현장 입구를 지키고 계시느라 그런 것이란다. 지팡이가 없으면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운 분들이, 아스팔트 바닥의 새벽 냉기를 김밥 한 줄로 어찌 버티셨을까.

우리는 바드리, 평리, 파밭으로 흩어져 마음과 작은 힘을 보태기로 했다. 파밭의 주인은 단장면 동화전 마을의 김정회·박은숙 부부. ‘세상에 잘난 사람들은 잘난 대로 살겠지만, 우리는 이 동화전 마을에서 할매들하고 같이 살겠다’던 부부가 서울 한 복판에서 밥을 굶으며 농성하느라 제때 돌보지 못한 그들의 땀방울이 맺힌 삶의 현장이다.바드리에서는 그 놈의 ‘외부세력’이 들락날락해서인지, ‘오전에 안 오면 오늘은 다행히 안 오지 싶다’ 하시며 어르신들은 밀려둔 농사를 돌보러 마음 졸이며 떠나시고, 우리 ‘외부세력’과 몇 분의 어르신이 남아 매의 눈으로 현장을 지켰다. 해도 슬금슬금 저물고, 손 놀리고 있기도 심심해 어르신을 졸라 일감을 받아다가 삼삼오오 둘러 앉아 멸치 똥을 따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새참도 주시니, 여기가 명절날 장만하던 우리 집 부엌인지, 농성장인지. 옆에서 멸치 대가리와 똥을 한 번에 따는 비법을 알려주는 언니가 잔소리 잘하는 우리 이모로 보일 무렵, 평리에서 말도 안 되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민 1명, 전경 150명이 대치중인 평리 현장에서 주민 분은 군데군데 청 테이프가 뜯긴 비닐천막에 이불 하나로 버티고 계시는데, 그 앞에 전경들이 몽골텐트를 치기 시작했단다. 그것도 모자라 성인 남성만한 크기의 온풍기를 설치하고 있단다. 옆 전봇대의 전기를 끌어다가.

멸치 똥 따다가 주워들은 어르신 이야기가 귓속을 웽웽 거린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뭘 알아서 저러겄노. 저것들도 다 명령에 따라야 해니까 그르는기제. 그럼 보고 있으면 연민이 들다가도 막 공사 강행할라치면 팔목 비틀고 못 움직이게 꼬집고 허면 욕이 절로 난다. 아무나 연행하고 아무나 구속하고 없는 죄도 만들어 데려 갈라 하는디, 경찰이 불법을 저지르면 이건 어떻게 막을 수 있것냔 말이다. 그러다가도 우리가 쟤들이랑 싸워야 하는기 아닌데. 제들도 같이 살고 저거들의 자식들도 같이 살려면 우리 다 같이 핵발전소 짓지 말자고, 송전탑 필요 없다고 싸워야 하는긴데. 아침마다 여서 벌어지는 일이 당해놓고도 꿈인가 싶을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다. 내는.” 밀양, 그 삶의 현장을 잠깐 들여다보고 온 나는 8년이라는 시간이 감히 상상이 안 간다.

밀양에 다녀온 이야기, 여성신문에 기사가 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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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멸치 똥이라도 딸게요!
복코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몇 주 동안 마음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만사를 제치고 밀양에 다녀왔다. 밀려 있는 일들을 처리하느라 매주 이어지는 희망버스를 몇 차례나 놓치면서 마음 한편이 무거웠던 터였다. 때마침 활동하고 있는 여성환경연대에서 월요일 하루는 사무실 활동가 전원이 밀양을 위해 비워두라는 특명(?)이 내려졌고, 반가운 발걸음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난 21일(월) 새벽,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과 가톨릭 수녀님, 밀양의 친구들은 당일치기 밀양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밀양의 바드리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점심 무렵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광경은 마을 입구의 넓은 식당에서 수십 명의 경찰이 식사를 하고 있고, 어르신들은 뙤약볕 아스팔트에 앉아 겨우 끼니를 때우시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레미콘 공사 차량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옆 동네 어르신들까지 새벽부터 나와 공사 현장 입구를 지키고 계시느라 그런 것이란다. 지팡이가 없으면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운 분들이, 아스팔트 바닥의 새벽 냉기를 김밥 한 줄로 어찌 버티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