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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는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탈성장 돌봄사회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주목하고 가시화함으로써 전환의 씨앗을 찾습니다. 젠더정의 없이 기후정의는 실현될 수 없기에, 기후 거버넌스 내 성평등 보장과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고] 밀양 할매들 만세

여성환경연대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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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피니언 기고]원문보기 클릭!

밀양 할매들 만세!

장이정수 | 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밀양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 혹은 성장과 경쟁의 자본주의를 넘어 생태와 복지와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화살이 된 이름. 우리는 아무도 밀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작년 여름 하자센터 청소년들이 ‘우리가 밀양이다’라고 했을 때는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는데 ‘밀양의 친구들’이라고 하자 좀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그 어린 학생들에게 미안했는지 모른다. 한창 유쾌해야 할 미래세대에게 그런 짐을 안기다니. 부끄럽고 난망했다우리가 밀양이라거나 친구라거나, 그것은 그냥 언어적 수사가 아닌 밀양에 대한 우리의 위치를 보여주는 표지석이 되었다. 백번 양보해 세상의 어떤 친구가 친구의 죽음과 폭력 앞에 이렇게 합심하여 침묵할 수 있을까 말이다. 친구도 내겐 과분하다.밀양 할머니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은 이미 매우 많다. 가까운 일본의 원전 사고에도 꿈쩍하지 않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우리는 앞으로도 전기를 2.5% 더 쓸 것이고 그래서 지금 있는 23기의 원전 말고도 11기를 마저 짓고 거기에 추가로 5기를 더 짓자는 산업계와 정부의 욕망. 그 욕망과 결탁하고도 내 손으로 저지른 죄가 아니기에 침묵하는 우리들.지금까지 전기는 그저 어디선가 오는 값싼 에너지였을 뿐이다. 그 밑에 삶을 송두리째 뺏기는 농촌쯤이야 아무것도 아닌 현실을 밀양은 똑똑히 보여주었다. 한전과 정부는 말 그대로 할매들을 ‘집나간 똥개’ 취급을 하며 폭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밀양은 9년째 싸웠고 지금 이 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전기는 눈물이 아니라 핏물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가르쳤고, 가진 자의 땅은 송전탑이 비켜가는 권력의 추악한 모습도 보았다. 산업계와 원전 마피아의 이기주의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그뿐인가. 방사능 오염으로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후쿠시마를 보면서도 우리는 원전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지을 것인가를 궁리하고, 어쩔 거냐고 묻는다.한전이 전 국토에 765㎸ 고압 송전탑 902기를 까는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저항을 40년 만에 안겨준 밀양 할매들은 송전탑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송전탑 하나 까는 데 10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이렇게 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인가. 정치와 국가의 본질에 대해 할매들은 이미 보여줄 만큼 보여주었다. 책에서만 읽었던 제3세계의 생태여성주의 역사는 이렇게 밀양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여전히 보수 언론은 관심 한 번 안 주고 정치권은 단순히 힘의 전달자 역할만 하고, 도시인들은 나 몰라라 할지라도 밀양 할매들은 우리에게 양심이자 희망이다. 마지막 보루처럼 알몸으로 버텨주고 있다.부끄러운 친구들이 다시 희망버스를 타고 갈 준비를 한다. 우리를 친구로 봐주는 한, 밀양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밀양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을 우리에게 선물한 밀양 할매들에게, 고민 끝에 나는 이렇게 고백한다.“밀양 할매 만세!” 우리는 끝까지 밀양의 할매들과 함께할 것이고 그분들의 삶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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