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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생리는 완성되는 거야 폐경말고 완경 멋지게 나이드는 언니들의 수다 공병향과 홍민자 인터뷰

2015-01-07
조회수 9883

[여성건강수다방 사전 서면 인터뷰]

  • 생리는 완성되는 거야 폐경말고 완경! 멋지게 나이드는 언니들의 수다
  • 인터뷰이 : 공병향, 홍민자(여성환경연대 교육활동가)
  • 인터뷰어 : 박보현(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 활동가)

1. 주변 친구, 동료, 이웃, 친척 등이 갱년기와 완경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 
그리고 또 어떤 이야기를 주로 하는지 궁금합니다.

공) 이 질문을 받고 보니 자주 만나는 친구들하고는 별로 갱년기에 대해 이야기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당연히 거쳐야 할 기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특별히 심하게 증상을 드러낸 친구가 없어서 그랬는지, 다들 평이하게 보내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최근 연락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동안 연락이 뜸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갱년기의 터널을 지나느라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친구들하고는 친구들의 성향에 따라 주제를 달리 하는 이야기를 나누어요. 시국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 취미생활,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자녀들의 혼사에 관한 이야기는 주로 듣고 있어요. 

홍) 저보다 나이가 많은 주위 분들은 본인이 신체적으로 큰 불편을 느끼는 경우, 잘 이야기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묻기 전에 먼저 자신의 상황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더라고요.

본인의 성격에 변화가 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해 주거나, 짜증을 많이 내는 경우 스스로의 감정적인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불만족스러운 외부적인 영향에 대해서 더 크게 반응은 하거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완경기 이후 신체적으로 힘이 든다고 생각하는 친구들과는 여성성의 상실감과 삶에 대한 회의, 우울함에 대한 푸념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죠. 신체적인 불편감을 별로 못 느끼는 경우에는 주로 감정적인 변화나 기억력의 문제, 나이 들어감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적인 현상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2. 호르몬제나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 갱년기, 완경기를 지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요?

공) 언니가 호르몬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다가 위험성을 알고 중단했는데 그 후 너무 견디기 힘들어해서 의사와 상담을 했어요. 이제까지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던 것으로 봐서 잘 맞는 듯 하다고, 중단했을 때 통증을 견디기 힘들면 다시 복용하는 게 어떠냐고 들었다고 해요. 그래서 현재는 호르몬제를 섭취한다고 들었어요.

가벼운 불면증이나 우울감은 그냥 지나치는데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의사의 도움을 받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이런 상황이 갱년기 증상 때문인지 모르더라는 거였죠. 그래서 그럴 것이라고 말을 해주면 인정하고 싶어하지는 않더라고요. 


홍) 나이가 적은 경우 조금이라도 불편감을 느끼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가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불편감이 오기 전에 먼저 건강식품을 먹어야 하는 건지 등 주로 의료적인 문제로 접근하죠. 호르몬의 변화로 오는 일시적인 신체적 불편감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고통이 너무 크지 않나 하는 부분에 대해 걱정하거나, 여성성에 대한 상실감이 커요. 불편 하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에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경우가 많죠. 완경기에 들어서기 전에 부인과적인 문제를 갖고 있거나 치료를 받은 경우 신체적인 불편감이 나타나면 의사의 권유로 인한 의학적인 도움을 좀 더 쉽게 받아들여요.



3. 완경기에 겪는 증상이 다 다르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증상은 어떠했나요?

공) 40대 초반에 자궁근종으로 자궁을 적출해서 강제폐경을 겪었지요. 그런데 그런 사실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서인지 결핍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았어요. 그 점에 대해 떠도는 말들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생각해서 도는 헛소문이라고 느꼈거든요. 갱년기 증상을 느끼게 된 것은 어느 여름날 자는데 갑자기 더위를 느껴 누가 창문을 닫았느냐고 짜증을 내며 문을 보니 열려 있더라고요. 아마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여름을 좋아해서 더위를 타지 않는 편이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저의 증상의 시작이었어요. 특이한 것은 겨울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여름에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거에요. 열감이 얼굴에 전혀 오르지 않고 몸에만 확 올랐다가 사라져요. 지금도 가끔. 


홍) 피로감을 쉽게, 많이 느끼고 열감을 느끼는 게 있어요. 무력감, 우울감, 예민함이 커져서 걱정이 많아지고 잠도 잘 못 자고요. 기억력과 집중력도 조금 떨어지고 판단이 빨리 안 돼서 후회감이 많아지는 게 있는 듯해요. 


 4. 본인은 그런 호르몬제 같은 도움이 없이 완경기를 지나셨다고 들었는데 유혹을 느낀 적은 없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공) 현재도 진행형이지만 잘 자고, 잘 먹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으니 처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몇 년 전 초봄에 한 달 정도 흐린 날이 연속되던 때가 있었는데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더라고요. 이사를 와서 동네 친구도 없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으니 더욱 그랬던 듯해요. 그때 친정엄마께서 집에 있지 말고 나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최고의 약이라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 40여년 된 친구에게 전화를 했었어요. 그런데 이런 저의 증상을 하소연하니 돌아온 대답은 “병원에 가봐” 라는 싹퉁바가지 같은 한마디여서 아주 분노했지요.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깊은 상처를 받아 그 길로 절교를 선언했는데 1년쯤 후 그 친구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화해를 청했어요. 자기는 그런 느낌을 겪어보지 않아 전혀 몰랐다며. 그때 나는 내가 그런 하소연을 하면 “바람을 쐬러 나가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래?” 라며 나를 위로해 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은데, 친구의 말은 전혀 그러지 않았으니. 아무튼 그 친구처럼 갱년기 증상이 뭔지도 모르고 지나는 사람도 있어요. 


홍) 완경기에 대한 정보도 있고, 어떻게 지내야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가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 생각해 본 것이 있어서 유혹을 느낀 적은 없어요. 거의 1달 동안 잠들기가 힘들어서 한방의 도움을 받은 적은 있고요. 외부 활동을 시작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들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나간 것 같네요. 



5. 여자가 나이 든다는 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어떻게 나이 들고 싶다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공) 여자가 나이 든다는 것. 아니 나이 든다는 것을 의식해 본 적이 없어서 사실 그냥 시간이 가면 저절로 나이는 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별로에요. 어거지로 나이에 대적한다는 느낌?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하지 않아요. 나이를 인정하고 잘 보살피면서 사는 게 오히려 잘 나이 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0대 초반엔 40정도 되면 굉장히 깊이 있고 뭔가 아는 나이가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는 게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그냥 순리대로 살기로 했답니다. 


홍) 관심과 나의 모든 시선이 밖을 향해서 살다가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내부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엄마를 나의 생물학적인 엄마가 아닌 나와 같은 하나의 객체인 여자로 이해하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느껴진다. 눈멀고 , 귀먹고, 판단이 느려지는 것에 감사하며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된다.



6. 20, 30대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공) 20대엔 결혼하라는 말에 시달리며 내 뜻대로 살지 못했고, 결혼 후에는 육아에 시달리며 힘들었으나 지나
고 보니 그때는 그때대로의 즐거움이 있었네요. 결혼과 함께 직장을 사직하고 육아에 올인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매우 행복했다는 마음이 남네요. 


홍) 삶이 내 계획대로,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인생의 모든 것을 내 통제 하에 두려 하지 말았으면.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면서 물질이 주는 위안에 너무 빠지지도 말고, 물질에 모든 것을 걸고 걱정과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지내느라 현재의 재미와 즐거움을 뒤로 미루지 말자. 



7.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는?

공) 저는 현재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항상 현재를 재미있게 잘 살자는 게 저의 모토에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현재를 포기하지 말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순간순간 행복한 시간들이 아주 많아요. 최근에 가장 기억나는 건 2011년 제대한 아들과 함께 했던 40일 유럽 배낭여행과 올 여름 가족 모두와 함께한 대만, 상해여행입니다.


홍) 2002년 분가하고 직장을 그만 두면서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고 엄마와 아내로서의 당위성이나, 의무감에서 벗어나서 일상생활을 하고 빈둥거리면서 40을 바라보면서 지금까지 산 날보다 앞으로 살날이 적다는 사실에 두려움도 있었으나 이 세상에 태어나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갔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