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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나는 네가 지난 생리때 겪은 일을 알고 있다 고혜미 작가 인터뷰

2015-01-07
조회수 10711
 

[여성건강수다방 사전 인터뷰]

  • 나는 네가 지난 생리때 겪은 일을 알고 있다.
  • 인터뷰이 : 고혜미 (SBS스페셜 <독성가족>, <환경호르몬의 습격> 다큐작가)
  • 인터뷰어 : 문경옥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서포터즈)

“나는 왜 네가 겪은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1. 환경 호르몬이나 생리통 등 여성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 계기가 있다면?

계기라고 하면 굉장히 많은데요. 개인적인 계기도 있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도 있어요. 개인적인 계기는 누구나 다 생리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잖아요.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불규칙적인 식사와 철야작업이 일상적이다 보니 생리를 시작하면 거의 2일은 심각한 생리통을 겪었고, 때로는 너무 심해서 녹화를 못 나간 적도 있었어요. 이 증상이 결혼 전이기 때문에 그냥 일상적으로 지냈는데요. 왜냐하면 생리통이 있으면 대부분 얘기하는 것이 결혼을 하거나 애기를 낳으면 괜찮아진다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갖은 후 유산을 하게 되었고 “나한테 왜 이런 문제가 생겼나?”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어요. 내 몸에 대해서, 내 자궁에 대해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고 있다보니 컨트롤이 불가능하고, 의사도 모르는 그 문제에 대해서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그 질문에 이어 불임 및 여러 가지 걱정으로 관심이 이어졌는데, 그러던 찰나 2004년에 모유에 관한 다큐를 하면서 관련 정보를 조사하다 보니 여성의 몸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 즈음에 다시 아이를 갖게 됐는데 아이를 키우게 되면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게 엄마의 본능이잖아요? 수유를 위해 관리하게 되었고 1년 넘게 수유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과정에서 생리통이 없어진 거죠.

그리고 모유에 관한 다큐를 하다 국내 유방암의 1인자이신 유동현 교수님을 취재하러 갔는데 그때 자궁을 적출하게 된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그 친구를 만날 수는 없었는데 이후에 관련 자료를 찾게 되었고 생활이 문란해서, 소위 날라리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폐경기 이후에 나타나는 자궁질환이 젊은 여성들에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또한 그 연령층이 굉장히 낮아지고 있어요. 원인을 찾다 보니 그 끝이 생리통이었는데 증상의 발현이 생리통으로 나오고 있는 거에요. 그 이후부터 생리통에 대해 취재하게 되었어요. 계기는 그거에요. 원래는 제 몸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그것에 대한 것을 풀지 못해 계속 품고 있다가, 여고생 때문에 취재를 하다 보니 결국 자궁질환의 문제는 생리통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죠. 



2. 여성건강을 주제로 한 다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갖게 된 시기도 비슷한 시기이신가요?

네. 그 이후 생리통에 대해 궁금해서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았는데, 생리 전 증후군에 대한 논문만 있지 생리통에 대한 논문은 찾아볼 수 없어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설문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굉장히 많은 학생의 수가 생리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놀라운 건 한 반 안에 들어가 보면 적어도 2-3명을 피임약을 갖고 다니고 있었다는 거에요.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있으면 생리통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피임약을 복용하고요. 그런데 그 사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몰라요. 사실 호르몬을 건드리는 것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거든요.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생리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원인을 추적하다 보니 생리통의 원인이 에스트로겐 때문이긴 하지만 절대적인 이유가 그런 유전적인 원인, 기형으로 인한 발현은 아니었어요. 외부에서 들어오는 환경호르몬, 정확하게는 내분비교란물질 때문인데 모든 생리통이 그에 해당하는 건 아니었지만 상당했기 때문에 다큐 제목이 환경호르몬의 습격이 되어버렸어요. 물론 윗분들과 협의 하에 정해진 거죠.

그 당시만하더라도 환경호르몬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는데, 그런 점에서 다큐의 시기도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다큐 이후의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고 게시판의 글들은 엄청났어요. 다큐 이후에 정말 감동적이었던 것은 생리통이 굉장히 심한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고 울면서 시청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에요. 생리통이라는 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거든요. 여성들의 50%만 겪고 있고 그 중에서도 심각하게 아프다고 하는 사람도 얼마 없는데, 심각하게는 여성을 포기하고 아이도 안 낳을 것까지 각오하면서 자궁을 적출하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 사람들의 고통은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그걸로 07년도에 방송대상도 받고 저에게는 방송으로 한 획을 긋게 해준 작품이기도 해요.  



3. <환경호르몬의 습격>을 기획, 촬영하시면서 생리통에 관련한 많은 사례를 보셨을 텐데 
공통된 원인 혹은 에피소드가 있었는지요?

여성의 질병과 생리통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어 몸에 이상이 생기면 생리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초경시기의 생리통과 이와 관련된 질병은 바로잡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생리통과 질병을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고 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 보니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죠. 제가 환경호르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생리통이나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요인 중 환경 호르몬으로 발생하는 생리통과 질병은 차단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다큐를 준비하며 기억나는 두 명의 청소년들 모두 사례자를 찾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만났어요. 한 학생은 고1으로 생리를 하지 않아 병원을 방문했는데 검사를 해보니 자궁이 기형으로 판명되어 부모님께서 많은 걱정을 하고 계셨던 기억이 나요.

두 번째는 대학교 2학년 학생이었는데 생리를 하지 않는 상태였어요. 이 학생의 경우 이른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외국 유학을 하였고 일 년에 1~2차례 생리를 했어요. 생활이 바쁘다보니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큰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대학교 입학 후 심각성을 인지하여 검사를 받으러 온 거구요. 검사 결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판명을 받았는데 이 경우 난소가 정상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임신이 어려워요. 초경 시기에 발견하였더라면 호르몬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했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운 사례였어요.

이러한 안타까운 사례가 생기는 걸 조금이라도 막고자 다큐멘터리와 강의 등을 통해 생리통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단 한 명이라도 바뀔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이 일에 임하게 되기도 하고요. 



4. 뿌듯한 사례

독성가족에서 생리통이 심한 5명을 상대로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이중 한 사례자는 대학생으로 실험 한 달 전 산부인과에서 피임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검사 결과 자궁기형으로 판명이 났고 이로 인해 학생 스스로가 생리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나도 확신이 없는 상태였지만 실험을 진행하기로 하고 생리 10일전부터 생활 속의 환경 호르몬을 피하는 실험(플라스틱용기 대신 스테인리스그릇 사용, 음식 만들어먹기, 채식식사 등)을 진행했는데, 그 이후 생리에서는 거짓말처럼 생리통이 없어졌고 실험을 진행한 다음 달에도 생리통이 없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뻤었죠.  



5. 면 생리대나 키퍼 등 화학생리대의 다양한 대안이 있는데 사용해보셨는지, 
사용 후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내가 편한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 드리면 저는 딸아이 기저귀로 사용하였던 광목을 이용한 면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고, 딸아이도 초경 때부터 면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하게 하였어요. 주변 친구들이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생리대와는 다르게 사용한 생리대를 수거해와 세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 답답함과 불편함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점도 감수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면 생리대를 사용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천기저귀(광목)를 이용한 간편한 면 생리대 만들기 팁을 좀 말씀드리면, 기저귀 하나를 자르면 여러 개의 면 생리대를 만들 수 있어요. 시중에 나오는 완벽한 면 생리대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손수건처럼 잘라 올이 풀리지 않도록 감침질(또는 미싱)을 해 겹겹이 접어서 위생팬티와 함께 사용하면 생리가 셀 염려도 없고 생리대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이나 구입 비용을 줄일 수도 있어요. 또한 접어서 쓰는 생리대는 세척 후 펼쳐서 말릴 수 있기 때문에 금방 마른다는 장점도 있구요. 지구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내가 불편하면 실천하기 어려우니 꾸준히 좋은 방법을 생각해가야죠. 물론, 당연하게 생각하고 생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생리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이 생리통이나 임신에 한정되어 있는 듯 한데요. 자궁 내 종양과 같은 구체적 건강 정보 혹은 생명이나 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데, 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지?

교육이 되어있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행하는 성교육은 대부분 임신에 관한 교육으로 자궁, 고환과 같은 생식기에 대한 교육이 대부분이죠. 이 생식기가 우리의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습니다. 이러한 편협한 교육의 결과로 생식기에 대한 무지가 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저는 아이들이 초경을 시작하기 전부터 생리 교육을 해야 하고, 불임률을 잡으려면 성교육과 생식기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교육이 내 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내 몸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여성의 경우 생리 기록이 몸에 대한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생리의 양, 통증, 시작일과 끝, 시작 시간 등 세세한 기록을 하게 되면 나의 몸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작은 변화도 쉽게 감지할 수 있으므로 몸에 일어난 작은 문제에도 빠른 대처를 할 수 있게 되죠. 또한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나의 아이나 친구들에게도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고요. 내가 내 몸을 제대로 알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그 시작은 몸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