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서울 광화문KT스퀘어 드림홀에서 4번째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길, 우리 삶과 사회의 전환을 만들어내고 이야기하는 5명의 이야기를 컨퍼런스홀을 가득 메운, 200명이 넘는 청중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사회 : 이은희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실장)
강연 :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_다큐 <어른이 되면> 감독, 장혜영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_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하나
사랑할까, 먹을까 _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감독, 황윤
농부말고 반농반X _비전화제작자, 남수정
삶을 연결하는 시장이야기 _마르쉐@기획자,이보은
매년 <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사회를 맡고 계신 이은희 님과 함께 '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를 크게 외치며, 오프닝을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강연자, 장혜영 (다큐 <어른이 되면> 감독)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나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너무나 오랫동안 제 동생을 가족으로서 바라보는 것에 익숙했습니다. 동생의 장애 그리고 그 장애를 통해서 동생이 겪어야 했던, 어머니와 저를 비롯한 동생의 여자 형제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이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집안 하나씩 있는, 털면 나오는 개인적인 불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어요. 제가 동생을 가족으로 바라보기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이 문제가 명확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혜영 님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13살 때부터 18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아온 동생을 보며, 내가 누리는 일상적인 삶이 비장애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운에 불과한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회를 살고 싶지 않기에, 동생의 탈시설을 도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요.
장애는 장애이지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사회가 해결해야하는 문제로부터 우리의 눈을 돌려버리게 하는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당사자를 추방해버리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진짜 문제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사회. 내 한 몸도 돌보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남을 돌보냐 하지만, 사실은 서로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 한 몸도 돌보기 힘든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무한한 불확실함을 자기 혼자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우리의 공동체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든든하게 떠받친다고 한다면 돌봄이, 타인의 존재가 우리에게 두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두번째 강연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나의 목소리를 내기 전에 누구도 나를 대변할 수 없다.
'400조가 넘는 대한민국 예산을 어디에 쓸지 300명이 결정하는 구조, 20대 국회 38% 가 남성이고 평균연령이 55.5세입니다. 평균연령이 거듭될수록 높아지고 있어요. 내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 국회의원에게만 맡겨둘 순 없습니다. 우리 모두 정치를 알고, 정치를 해야 합니다!'
장하나 님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중 출산하며 당사자-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삶 속에서 위계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당사자인 평범한 엄마들-양육자가 실제로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을 통해 처음 기자회견한 동료, 자신의 이름-목소리로 발언하고 이야기를 내는 동료 활동가들의 울림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세번째 강연자, 황윤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감독)
<사랑할까, 먹을까>
제가 행복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는 것처럼
이들도 행복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육식주의 시스템에서 빠져나오기로 했습니다.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것처럼 육식주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처음으로 가시화 되어서 보이기 시작했어요. 육식주의 시스템에 감춰져 있던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단절되어 있었던 생명들과 다시 연결이 되었습니다.'
황윤 님은 2010년 구제역 살처분 뉴스를 보면서 두돌짜리 아이가 말은 잘 하지 못했지만 '엄마, 개한테는 친절하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 호랑이는 보호한다고 하면서, (소돼지한테는) 왜 저렇게 해?' 아이의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고기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생각하게 됐어요. 인식하게 됐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산 채로 돼지를 본 적이 없구나.' 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을 처음 인식하게 됐어요.
그래서 돼지들이 직접 사는 곳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잡식가족의 딜레마> 입니다. 사람 엄마, 돼지 엄마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어요. 돼지는 야생초 쑥을 좋아했습니다. 더 이상은 눈을 마주보고 그리고 이름을 불렀던 이들을 돈가스, 삼겹살로 볼 수 없게 됐어요. 나와 단절되어 있던 먹거리, 생명과의 연결성을 다시 회복하는 것. 그것이 나의 자유와 행복과도 이어질 수 있음이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졌습니다.
네번째 강연자, 남수정 (비전화제작자)
<농부말고 반농반X>
살면서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왜 돈만으로 가능할까요?
'왜 살면서 필요한 것들은 많은데, 돈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그 감각을 상식처럼 여기게 되면서 어느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돈이 없어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는 없을까, 만약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싶을까. 이런 질문과 상상을 하며 생태공동체를 꾸리며 살고 있습니다.'
남수정 님은 반농반X의 삶을 꾸리며, 돈 아닌 방법으로 필요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농사로 직접 생산하기, 필요한 것을 스스로 제작하거나 친구들과 주고받기 ... 그래도 삶에 필요한 비용은 건강하고 즐겁게 벌기 위해 농사를 짓고 공동주거(우.동.사.)를 통해 동료들과 하루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살피고 돌봅니다. 일 자체보다는 일하는 방식, 일하는 태도가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과 연관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나와 동료의 상태를 살피면서, 강화도의 작은 섬-볼음도가 건강한 일터이자 삶터이자 놀이터가 되기를 꿈꿉니다.
다섯번째 강연자, 이보은 (마르쉐@기획자)
<삶을 연결하는 시장이야기>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장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이
결국 땅과 물을 살리고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합니다.
'동료들과 시장에서 함께 먹을 걸 차려놓고 같이 나눠먹는 시간.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그래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내가 쓰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보여주지 않는 사회입니다. 사실 알고는 못 먹을 것들, 알고는 못 쓰는 것들이 너무 많아요. 어쩌면 그걸 아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계속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키웠는지 묻고 대답하며 먹을 수 있는 그런 시장이요.'
그렇게 만들어진 시장 마르쉐@. 먹거리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시장에서, 농부가 변화했고 손님이 변화했습니다. 농부들이 씨앗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시작했고요. 손님들도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에 대해 좀 더 고민이 깊어졌어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시장. 우산우소- 친구가 생산하는 관계들이 시작되며, 장바구니를 들고 나를 위해 밥을 짓는 소중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먹거리를 통해 우리의 삶이 연결되고 있고, 더 많이 연결되어 가고 싶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40분 가까이 이어진 플로어 토론. 각자가 생각한 '다른 삶', 지금의 소비와 생산 시스템을 뒤집을 만한 대안적인 삶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과 플로어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는 영상으로 다시 공개될 예정이니, 기다려주세요 :)
지난 7월 4일, 서울 광화문KT스퀘어 드림홀에서 4번째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길, 우리 삶과 사회의 전환을 만들어내고 이야기하는 5명의 이야기를 컨퍼런스홀을 가득 메운, 200명이 넘는 청중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매년 <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사회를 맡고 계신 이은희 님과 함께 '세상을 뒤집는 다른 목소리'를 크게 외치며, 오프닝을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강연자, 장혜영 (다큐 <어른이 되면> 감독)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나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장혜영 님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13살 때부터 18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아온 동생을 보며, 내가 누리는 일상적인 삶이 비장애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운에 불과한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회를 살고 싶지 않기에, 동생의 탈시설을 도와 함께 살아가고 있고요.
장애는 장애이지 문제가 아니지 않나요? 사회가 해결해야하는 문제로부터 우리의 눈을 돌려버리게 하는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당사자를 추방해버리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진짜 문제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사회. 내 한 몸도 돌보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 남을 돌보냐 하지만, 사실은 서로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내 한 몸도 돌보기 힘든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무한한 불확실함을 자기 혼자 견뎌낼 수 있는 인간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우리의 공동체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든든하게 떠받친다고 한다면 돌봄이, 타인의 존재가 우리에게 두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두번째 강연자,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나의 목소리를 내기 전에 누구도 나를 대변할 수 없다.
장하나 님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중 출산하며 당사자-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삶 속에서 위계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당사자인 평범한 엄마들-양육자가 실제로 정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을 통해 처음 기자회견한 동료, 자신의 이름-목소리로 발언하고 이야기를 내는 동료 활동가들의 울림과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세번째 강연자, 황윤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 감독)
<사랑할까, 먹을까>
제가 행복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는 것처럼
이들도 행복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황윤 님은 2010년 구제역 살처분 뉴스를 보면서 두돌짜리 아이가 말은 잘 하지 못했지만 '엄마, 개한테는 친절하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 호랑이는 보호한다고 하면서, (소돼지한테는) 왜 저렇게 해?' 아이의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고기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생각하게 됐어요. 인식하게 됐어요. '태어나서 한 번도 산 채로 돼지를 본 적이 없구나.' 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을 처음 인식하게 됐어요.
그래서 돼지들이 직접 사는 곳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잡식가족의 딜레마> 입니다. 사람 엄마, 돼지 엄마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어요. 돼지는 야생초 쑥을 좋아했습니다. 더 이상은 눈을 마주보고 그리고 이름을 불렀던 이들을 돈가스, 삼겹살로 볼 수 없게 됐어요. 나와 단절되어 있던 먹거리, 생명과의 연결성을 다시 회복하는 것. 그것이 나의 자유와 행복과도 이어질 수 있음이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졌습니다.
네번째 강연자, 남수정 (비전화제작자)
<농부말고 반농반X>
살면서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왜 돈만으로 가능할까요?
남수정 님은 반농반X의 삶을 꾸리며, 돈 아닌 방법으로 필요에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농사로 직접 생산하기, 필요한 것을 스스로 제작하거나 친구들과 주고받기 ... 그래도 삶에 필요한 비용은 건강하고 즐겁게 벌기 위해 농사를 짓고 공동주거(우.동.사.)를 통해 동료들과 하루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살피고 돌봅니다. 일 자체보다는 일하는 방식, 일하는 태도가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과 연관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나와 동료의 상태를 살피면서, 강화도의 작은 섬-볼음도가 건강한 일터이자 삶터이자 놀이터가 되기를 꿈꿉니다.
다섯번째 강연자, 이보은 (마르쉐@기획자)
<삶을 연결하는 시장이야기>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장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일이
결국 땅과 물을 살리고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장 마르쉐@.
먹거리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시장에서, 농부가 변화했고 손님이 변화했습니다. 농부들이 씨앗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시작했고요. 손님들도 생산과 소비의 시스템에 대해 좀 더 고민이 깊어졌어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시장. 우산우소- 친구가 생산하는 관계들이 시작되며, 장바구니를 들고 나를 위해 밥을 짓는 소중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먹거리를 통해 우리의 삶이 연결되고 있고, 더 많이 연결되어 가고 싶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40분 가까이 이어진 플로어 토론. 각자가 생각한 '다른 삶', 지금의 소비와 생산 시스템을 뒤집을 만한 대안적인 삶에 대한 갈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과 플로어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는 영상으로 다시 공개될 예정이니, 기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