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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일회용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 팩트체크

2020-10-08
조회수 7615

1.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 3년전 자료입니다. 추석 연휴 기간, 이용호 의원실에서 쏘아올린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소식에 놀라셨나요? 저희도 놀랐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생리대 유해물질 조사가 있었나? 싶어 이용호 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를 얼른 살펴봤더니, 이런… 3년 전인 2017년 식약처 조사 자료였습니다. 의원실 쪽에 확인해보니 이번 발표는 2017년 9월 식약처에서 발표한 국내 유통 중인 생리대 666개 제품의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실험 자료와 2018년, 2019년 각각 진행한 프탈레이트, 다이옥신 및 퓨란 검출 실험 자료를 참고했다고 합니다. 생리대 안전성 관련 새로운 조사 자료가 아니라는 점 일단 짚고 넘어갑니다.

2.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질문. 일회용 생리대는 안전한가요? 이용호 의원실에서는 2014년부터 유통 중인 생리대 97%에서 발암물질과 생식독성 물질이 검출되었고 해외 직구 유기농 생리대 전 제품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용호 의원실 발표 자료는 2017년 9월 28일 식약처 발표 자료입니다. 당시 식약처는 생리대 666개 제품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실험 결과를 공개하며 제품명, 제품별 검출 수치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한가?’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17년 식약처의 대답은 ‘하루 7.5개씩 월 7일 평생 써도 안전하다’였습니다. 아주 확고하게 안전을 장담한 셈이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던 분들이 많이 계실까는 의문입니다. 저희는 최근에도 특정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 후 월경감소 혹은 중단을 겪었다는 제보전화를 받았습니다. 이런 몸 경험을 겪으신 분들께 확신에 찬 식약처의 발표는 그저 황당할 뿐입니다.

식약처 조사는 생리대 안전성을 질 점막이 아닌 피부 흡수, 경구 섭취(RfD) 등의 기준을 가지고 테스트한 점, 통합적인 위해성을 판단하지 않고 개별 화학물질의 위해도를 가지고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린 점, 무엇보다 10종의 휘발성유기화합물(에틸벤젠, 스티렌, 클로로포름, 트리클로로에틸렌, 메틸렌클로라이드, 벤젠, 톨루엔, 자일렌, 헥산, 테트라클로로에틸렌)에 한정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보증과도 같은 식약처의 발표에 생리대 회사들이 일제히 가슴을 쓸어내리며 영업을 정상 재개한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고요. 식약처는 이후 12월에 조사 항목 74가지를 추가해 총 84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검출 실험을 진행했고 2018년에는 프탈레이트 2019년에는 다이옥신, 퓨란 검출 실험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그리고 결과는 언제나 같았습니다. 안전....

3. 책임은 여성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에게 있습니다. 여성들이 일회용생리대를 써온 지 50년이 되어가지만 단 한 번의 공적인 안전성 검증도 없었던 역사를 돌이켜보면 2017년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부터 시작된 유해물질 검출 실험, 전성분 표시제 시행,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 조사 등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곧바로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안전성 강화 조치 이후에도 벌어진 라돈 생리대 사태, 나트라케어 허위 품목 신고 사건 등을 보면 생리대 안전 관리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또한 생리대 안전성을 처음으로 문제 제기하자 자료 없음, 근거 없음, 제도 없음을 내세우며 여성들의 불편과 고통을 없는 사실로 만들고 도리어 피해 입증 책임을 여성들에게 요구했던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지난 9월 24일에 나온 생리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 판결은 법과 제도가 아직도 여성들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일회용 생리대에서 면생리대나 생리컵으로 갈아타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면생리대는 한 번 삶으면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0수준으로 사라집니다.. 생리컵의 원료인 의료용 실리콘은 현재까지는 뚜렷한 위험 요인이 밝혀지지 았았습니다. 그래서 이 두 용품 모두 일회용생리대의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모든 상황에서 이런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생리대 안전성 문제 제기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친환경/유기농 생리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을 개인이 알아서 돈을 주고 사라는 식의 해법은 99%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절대 다수의 여성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합니다. (2017년 식약처 조사 기준 80.9%) 따라서 정부와 기업이 책임지고 일회용생리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나아가 이제는 온통 플라스틱인 일회용 생리대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안전성만큼이나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여성의 몸에 좋은 것이 환경에도 좋은 건 당연지사 아니겠습니까.

3년 전 자료를 두고 벌어진 이번 생리대 발암물질 논란, 2020년에도 여전히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한가?’는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소량 검출이라며 안심하라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짓이다”라는 이용호 의원의 말은 생리대가 안전하다라는 입장만 반복해온 식약처와 기업에게 그대로 들려주고 싶습니다. 환경부는 2018년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예비조사를 거쳐 현재 2차 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비조사에서 “생리통, 생리양의 변화, 생리혈색 변화, 덩어리혈 증가 등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 등 외음부 증상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러한 증상들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학 및 역학적인 평가 등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제안이 나온 만큼 본조사에서는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여성 건강 간의 관련성이 제대로 밝혀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일회용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확답도 그때까지 미뤄야 하지 않을까요?

생리대 안전성 문제, 3년 전 자료였지만 여전히 유효한 이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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