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순무 (인턴 활동가)

여성환경연대 인턴 활동가 OT 프로그램으로 에코페미니즘 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 세미나의 첫번째 책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를 읽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부터 내 삶은 크고 작게 변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을 ‘의식’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를테면 내가 사 먹은 간식에서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가볍게 던진 농담이 누구를 차별하고 있었는지, 내 선택들이 탄소를 얼마나 만들어내고 있는지,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사회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작동했는지.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새롭게 의식하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은 의식한 것을 ‘실천’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쓰레기와 탄소를 최소한으로 배출하고 비건을 실천하는 지구에 무해한 사람, 젠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와 연대하며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내가 바라는 모습과 지금 나의 모습은 꽤 거리가 있다. 갈등 상황을 마주하면 예전의 습관이 툭 튀어나오기 십상이고, 차별을 당하거나 목격해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더 많다.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삶의 스펙트럼 안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지금 나의 모습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의 질문과 고민에 여성환경연대의 책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가 느낌표를 찍어주었다. 페미니즘과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운동 방법과 삶을 엿보면서 원하는 모습과 가까워지기 위한 작고 다양한 실천 방법을 얻었다. 또 에코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배우면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상황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무릎 탁! 느낌표 딱! 찍게 된 내용을 몇 가지 나눠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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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검열하는 데 사용하던 에너지를 이 사회를 바꾸는 데 쓰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몸매를 바라보는 대신, 몸이 가진 능력치에 집중한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나다운 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52p
습관적으로 들어간 SNS에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하는 ‘몸’들이 줄지어 좋아요를 기다리고 있다. 별생각 없이 피드를 내리고 있자니 어느새 나도 그런 ‘예쁜 몸’을 가지고 싶은 것만 같다. 의도하지 않아도 예쁜 몸의 기준이 생기고 내 몸도 그 기준에 맞춰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들면 맛있는 걸 먹어도 어쩐지 죄책감이 남고 괜히 거울 한 번 더 보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을 봐야겠다. 내가 정말 원하는 몸은 어떤 능력과 모습인지 생각해볼 것이다. 몸매를 보는 게 아니라 능력을 보는 것. 어디가 살이 쪘는지 보는 게 아니라 요즘 체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컨디션이 어떻게 안 좋은지 살피는 것. 내 몸을 긍정하고 나아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보자.
건강의 조건 들여다보기 : 본인의 건강 상태를 알고 개인과 사회적 책임으로 나누어 말하기. (중략) 충분하게 이야기되지 않은 성별 차이,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관계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본다.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52p
내 몸을 살피다 보면 아픈 구석을 발견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 아픔에서 나의 책임과 사회의 책임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화학물질을 피할 수 없는 세상을 살다 보면 가볍든 가볍지 않든 원인을 알기 어려운 아픔을 얻기 쉽다. 더군다나 불평등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물건을 사거나 집을 고르는 등의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의 범위가 좁아진다. 그러므로 내 아픔에는 온전히 내 책임만 있지 않다. 사회의 불평등, 고정관념,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아픔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월경통이 심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체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일회용 월경대가 원인이 된다는 것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2018∼21년 진행된 ‘1·2차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에서 일회용 생리대 사용이 외음부의 가려움증·통증 등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 한겨레) 월경통을 개인의 체질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만, 사회의 책임을 찾으니 기업에 정당한 요구를 한다거나 월경용품을 바꿔볼 수도 있다. 개인적 아픔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존재들과 상호존중 및 돌봄의 관계를 확장하며 인간과 비인간, 자연이 서로 공존하는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생명공동체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나만 나서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삶’에서 벗어나 ‘자기 돌봄과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공동의 책무를 함께 지는’ 친구들이다.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52p
당장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 수는 없겠지만, 가까워지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계속해서 인식하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실천해보자.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동료’를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해지고 서로 응원해주며 오래 갈 수 있다. 혼자 실천하는 것의 한계가 느껴진다면, 관심사와 가치관이 맞는 모임에 동료를 만들러 가보면 어떨까?
+ 함께 읽어 보면 좋을 책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여성환경연대 기획, 2016.06.15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 여성환경연대, 2020,01,30
작성자: 순무 (인턴 활동가)
여성환경연대 인턴 활동가 OT 프로그램으로 에코페미니즘 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 세미나의 첫번째 책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를 읽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부터 내 삶은 크고 작게 변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을 ‘의식’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를테면 내가 사 먹은 간식에서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가볍게 던진 농담이 누구를 차별하고 있었는지, 내 선택들이 탄소를 얼마나 만들어내고 있는지,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사회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작동했는지.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새롭게 의식하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다음은 의식한 것을 ‘실천’하는 것인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 쓰레기와 탄소를 최소한으로 배출하고 비건을 실천하는 지구에 무해한 사람, 젠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와 연대하며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내가 바라는 모습과 지금 나의 모습은 꽤 거리가 있다. 갈등 상황을 마주하면 예전의 습관이 툭 튀어나오기 십상이고, 차별을 당하거나 목격해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더 많다.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 그렇지 않다면 삶의 스펙트럼 안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지금 나의 모습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의 질문과 고민에 여성환경연대의 책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가 느낌표를 찍어주었다. 페미니즘과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운동 방법과 삶을 엿보면서 원하는 모습과 가까워지기 위한 작고 다양한 실천 방법을 얻었다. 또 에코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배우면서 내가 원하는 모습과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상황과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무릎 탁! 느낌표 딱! 찍게 된 내용을 몇 가지 나눠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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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들어간 SNS에는 사람들이 ‘예쁘다’고 말하는 ‘몸’들이 줄지어 좋아요를 기다리고 있다. 별생각 없이 피드를 내리고 있자니 어느새 나도 그런 ‘예쁜 몸’을 가지고 싶은 것만 같다. 의도하지 않아도 예쁜 몸의 기준이 생기고 내 몸도 그 기준에 맞춰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들면 맛있는 걸 먹어도 어쩐지 죄책감이 남고 괜히 거울 한 번 더 보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을 봐야겠다. 내가 정말 원하는 몸은 어떤 능력과 모습인지 생각해볼 것이다. 몸매를 보는 게 아니라 능력을 보는 것. 어디가 살이 쪘는지 보는 게 아니라 요즘 체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컨디션이 어떻게 안 좋은지 살피는 것. 내 몸을 긍정하고 나아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보자.
내 몸을 살피다 보면 아픈 구석을 발견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 아픔에서 나의 책임과 사회의 책임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한다. 화학물질을 피할 수 없는 세상을 살다 보면 가볍든 가볍지 않든 원인을 알기 어려운 아픔을 얻기 쉽다. 더군다나 불평등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물건을 사거나 집을 고르는 등의 상황에서) 안전한 선택의 범위가 좁아진다. 그러므로 내 아픔에는 온전히 내 책임만 있지 않다. 사회의 불평등, 고정관념,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아픔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월경통이 심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체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일회용 월경대가 원인이 된다는 것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2018∼21년 진행된 ‘1·2차 생리대 건강영향조사’에서 일회용 생리대 사용이 외음부의 가려움증·통증 등 생리 관련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 한겨레) 월경통을 개인의 체질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만, 사회의 책임을 찾으니 기업에 정당한 요구를 한다거나 월경용품을 바꿔볼 수도 있다. 개인적 아픔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살 수는 없겠지만, 가까워지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계속해서 인식하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실천해보자.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동료’를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면 혼자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해지고 서로 응원해주며 오래 갈 수 있다. 혼자 실천하는 것의 한계가 느껴진다면, 관심사와 가치관이 맞는 모임에 동료를 만들러 가보면 어떨까?
+ 함께 읽어 보면 좋을 책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여성환경연대 기획, 2016.06.15
<이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세상도 바뀌겠지>, 여성환경연대, 2020,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