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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에코페미니즘 책 리뷰] 그린소비 말고 더 자급하라

2022-03-08
조회수 3109


작성자: 순무 (인턴 활동가)      


여성환경연대 인턴 활동가 OT 프로그램으로 에코페미니즘 책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책 세미나의 첫번째 책으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를 읽고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 밑줄은 책에서 인용한 글.

  앞서 리뷰한 책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있나요?>에서 에코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배웠다면, 이번에 리뷰할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는 그 에코페미니즘을 삶에 어떻게 녹이고 사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다. 생명, 연대, 모성, 살림 총 4장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책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분야로 에코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연구하는 15명의 에코페미니스트들이 참여했다.

  성형 산업이라는 전쟁터에 둘러싸인 몸을 제대로 알고 느끼는 법, 밀양 할매들의 울력과 자립을 배워 맷집 있는 성소수자로 살아갈 힘을 얻은 얘기, 지역 여성들과 함께 맛본 탈핵 운동의 기쁨과 성취, 공동체를 유지하게 하고 삶의 품위를 지킬 수 있게 하는 살아 있는 살림예술의 힘 등 흥미롭고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는 이 중에서 저자 김현미의 ‘소비에서 자급으로 좌표 이동: 도시 에코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이 ‘소비’로 연결된다. 하루 일과 중 소비와 연관되지 않은 일이 몇 개나 될까.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버스를 타고, 노래를 듣고, 커피 한잔 마시고… 내 삶을 유지하는 것에서부터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까지 소비 없이 가능한 게 손꼽힐 정도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인간을 ‘노동자’나 ‘생활인’의 위치에서 ‘소비자’나 ‘투자자’의 위치로 바꿔가고 있다.


  요즘은 소비도 그냥 하지 않는다. 다들 한 번쯤 ‘가치소비’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가치소비란 소비자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고를 때 질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주는 영향과 기업의 철학 등을 고려하여 나의 가치관에 맞는 상품을 선택한다는 개념이다. 이 책이 나온 2016년에도 그린(Green)소비, 윤리적 소비라는 말이 쓰였지만, 2020년대로 넘어오면서 미닝아웃(*평소에 잘 드러내지 않던 자신만의 취향 또는 정치,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로 가치소비는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에게 유행하는 소비문화가 되었고, 때문에 기업들도 마케팅의 주요 전략으로 사용한다. 정말 많은 화장품 이름 앞에 ‘비건’이 붙고, 재활용되는 재질이라거나 플라스틱을 재사용했다는 문구가 자주 보인다. 생분해된다는 비닐과 플라스틱도 많이 나왔다. 또 이 제품을 구매하면 어딘가에 기부가 된다거나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광고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런 가치소비는 ‘나도 이 제품을 소비 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소비가 사회 운동에 동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된 것이다. 이처럼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정치가 소비의 장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는 소비주의에 더 깊이 종속된다. 소비를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강화되면, 역으로 소비는 넘쳐나지만 궁극적으로 정치는 실종되는 현상이 생겨난다.


  기후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스스로 환경운동을 실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채식을 지향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소비는 줄이기보다 새로운 이름의 소비로 계속된다. 가치소비, 윤리적 소비라는 이름의 ‘소비’가 정말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물론 비슷한 조건의 상품 중에서 고르라면 비건, 친환경, 공정무역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가치와 철학이 담긴 제품이라 하더라도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는 신자유주의식 소비체제 안에서는 무언가를 파괴해 생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필요로 하기 전에 진열대 가득 들어차 있는 물건들은 누군가의 땅과 숲과 나무를 빼앗아 지어진 공장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노동력으로 만들어져, 탄소를 풀풀 내뿜는 배나 비행기를 타고 왔을 것이다. 또 그린워싱(*기업이나 단체에서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허위•과장 광고나 선전, 홍보 수단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위장환경주의')도 주의해야 한다.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면 실제로 폐기과정에서 오염이 덜한지, 비건이라면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도 하지 않았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 없이 살아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조금 더 나아 보이는 소비를 하는 것이 최선일까? 저자 김현미는 소비라는 조건화된 집단적 감각으로부터 이동하는 것이 도시에서 에코페미니스트로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가 당연한 사회에서 소비를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그 감각을 깨우고 자급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도시의 에코페미니스트가 해야 할 첫 번째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소비로 해결했던 영역을 하나씩 내가 직접 해 나가다 보면 삶의 기술이 쌓이고 기쁨과 활력을 얻을 것이다. 우리 함께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자!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 마리아 미즈 외, 동연, 2013,07,22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반비,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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