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X몸X연결 : 제7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여성환경연대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에코페미니즘의 가치를 알리고자 애쓰고 있는데요.
에코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에코페미니즘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라는 고민 속에서 7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컨퍼런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는 15분 간, 5개의 주제로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나누는 행사입니다.
올해의 컨퍼런스는 9월 22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여성X몸X연결 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약 250명이 신청해주셨는데요. 채팅창을 통해 강연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요즘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습니다. '리얼충', '갓생', 들어보셨나요?
리얼한 현실의 삶에 충실한 사람의 줄임말,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모범이되는 삶을 의미합니다.
'리얼'하게 '갓생' 살자고 외치는 사회에서 솔직한 내 몸의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월경을 하거나, 아프거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들어도 티 내지 말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소비로 내 몸을 바꾸라는 요구를 하곤 하죠.
나의 몸을 '문자 그대로' 존재하게 만드는 햇빛과 공기 혹은 식물과 동물의 몸, 확장된 몸으로서 공동체와 맺고 있는 유기적 관계, 횡단적 신체에 대해서는 자주 잊어버리고 삽니다. 그래서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른 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서로를 연결해 대안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삶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첫 강연은 ‘생리라고 쓰고 '혐리'라고 불리는 월경’
2017년 루나컵 개발을 시작으로 8종의 월경컵을 디자인하고 한국 토종 월경컵 브랜드 <루나컵>을 운영하며 월경컵 소개보다 월경과 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월경 교육에 더 힘쓰고 있는 심윤미 님입니다.
심윤미 님은 5년간 월경컵 고객상담을 진행하며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질문들일지 예측이 되시나요? 미성년자에게 이런 제품을 판매해도 되냐는 항의를 받기도 하고, 산부인과 병원에서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확인하는 질문 그리고 처녀막, 질 입구 주름이 손상되면 재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들을 받았다고 합니다.
많은 여성이 월경과 몸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 임신과 출산의 전 단계가 아닌 건강을 체크하고 내 몸을 이해하는 교육으로서의 월경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나누어 보았습니다.
"과학적으로 단 한 번도 월경 기간에 여성들이 감정적이고 혹은 비이성적이라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부정적인 어떤 인식들이 강화될수록 우리들의 경험들도 계속 부정적인 곳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요. 말하자면 여러분이 월경하는 게 너무 귀찮아, 너무 힘들어, 내 몸이 나를 배신하는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월경통도 심해지고 여러분들의 기분도 더 나빠질 거예요.
한 번 상상해볼게요. 여러분이 월경이 시작되어서 기분이 나쁜 것인지, 혹은 내가 어제 폭식을 한 이유가 PMS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직장에서 동료랑 다투었던 것이 내 월경 때문인지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거든요? 오히려 월경 때문이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수면이 부족해서, 함께 일한 동료가 부당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런 것은 아닐까요?
만약에 진짜로 다른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월경 탓을 했다면 내 몸은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월경 혐오, 여성 혐오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도 침묵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 심윤미 (루나컵 대표, 월경 교육 강사) -
학교 다닐 때는 체육 시간이 제일 싫었던 분 있나요?
두 번째 강연은 '운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왜 근육질의 몸인지, 트레이닝은 삶과 무관할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주제는 ‘여자는 체력, 운동으로 몸과 소통하다’.
외모 관리에 대한 압박, 각자 가진 몸의 특징을 교정하고 재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몸, 나이 든 몸 등 다양한 몸이 안전하게 함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지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박은지 님은 건강운동관리사이자, <여자는 체력>의 저자입니다. 기존 운동 센터가 여성과 소수자의 몸을 대하는 무례하고 가부장적인 방식에 문제를 느끼고 성별, 나이,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영등포구에 피프티핏을 공동 설립하고 운영중입니다.
"(...) 그 시간을 겪어내면서 내 몸을 내가 보살피는 그 과정들이 쌓이면서 ‘어깨가 아픈데, 그때는 이쪽을 마사지하면 관리할 수 있어’라는 자기 몸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여유가 생기고. 또 오랫동안 안 나왔다 나오면 그동안 무슨 일 있으셨어요? 라고 물어보는 동료가 생기고 내가 어디가 아프다 그러면 '그러면 그거는 저쪽 병원에 있는 누구 원장님을 한번 찾아가 보세요'라고 말해주는 동네 친구가 생기고 집에 무슨 일이 있어서 떡을 해야 된다 그러면 '떡집은 대조시장의 이 집을 가시는 게 맛있어요'라고 얘기를 해 주는 동네 이웃들이 생긴 거예요.
그 쌓여가는 관계와 자기 몸을 보살피는 시간. 그것이 저는 그냥 단순히 근력운동과 마사지를 통해 이분들이 건강해졌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 전체적인 것들이 이분들에게 생츄어리처럼 작용해서 성장하실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자기 몸과 연결되면서, 그러면서 또 다른 사람의 몸을 생각하게 되고 서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더 품어주는 그런 품들이 생기신 거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자기 몸을 돌보는 것을 시작해서 다른 사람도 존중하는 그런 운동 문화가 만들어지고 확산되기를 바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운동 문화는 누가 만들어놓고 와서 여러분이 그냥 짠하고 즐기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그 공간에 가서 정말 나도 남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서 움직여보고 내 몸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누군가 애쓰고 있으면 '잘하신다. 응원한다.'라는 이런 격려의 한마디를 해 주고 그 품 하나하나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내어갈 때 제가 생각하는 움직임을 통한 자기 몸과의 연결 또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은지 (<여자는 체력>저자, 건강운동관리사)
다음은 ‘자유로이, 차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장애여성의 이동권은 단지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의 '이동'만을 의미할까요? 일상의 소소함이 어떠한 몸에게는 '과분한/이기적인 요구'로 설명되고는 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단과 문턱과 경사로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것. 누군가의 허락과 양해, 동정과 차별에 노출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권리, 장애여성공감의 활동가, 유진아 님의 세번째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장애여성의 이동권은 물리적 이동권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동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이동할 수 있는 관계도 이동권에 포함되어야 되는 건데요. 저와 함께 활동하는 장애여성 동료는 몇 년에 걸쳐서 지금 계속 출근을 하는데 출근길마다 듣는 말이 있어요. '어디 가니? 복지관 가니? 놀러가니?' 어느 누구도 중증의 언어장애, 강직된 몸을 가지고 있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여성이 모두가 출근하는 9시 매일매일 이동을 할지라도 그것이 출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장애여성이 무언가를 생산하는 노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고요.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 돌봄과 가사노동을 수행하기를 요청합니다. 예를 들어 일이 없는 네가 집에서 살림이라도 혹은 가사라도 해야 하지 않니, 이런 이야기를 굉장히 손쉽게 하는데요. 이것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그리고 장애여성에 대한 억압 이 두 가지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얽혀 있는 편견의 결과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유진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여성환경연대가 출간한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읽어 보셨나요?
에코페미니즘을 처음 만날 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네 번째 강연은 '소비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책 제목처럼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이민아(꿀벌) 님은 도시를 벗어나 지리산 숲과 마을에서 생활하며 느낀, 돈을 벌고 소비하는 것 이외의 삶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전했습니다.
"도시에서 살면 미디어에서 아무리 가뭄이라고, 홍수라고, 산불이 난다고 해도 잘 와닿지 않아요. 당장 저희가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꼭지를 틀면 바로 물이 나오고 스위치를 틀면 바로 전기가 나오는 것을 저희는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누군가가 치르고 있습니다.
돈은 저희가 누리는 대가에 대한 온전한 책임이 아니에요. 흔히 "내가 내 돈 주고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 돈이 과연 강과 계곡, 한라산 백록담의 물에게 돌아갈까요? 아니면 송전탑이 지어져서 터전을 빼앗긴 동식물, 사람들에게 돌아갈까요? 그 돈을 받는 거대 기업, 정부조차 그 책임을 외면하고 회피하려 합니다.
도시는 더 큰 도시를 향해 가고, 숲은 더 큰 숲이 되려 하지요.
기후위기는 인간의 이기심에서부터 비롯된 거예요. 지난여름에 수도권과 강원도에 내린 이례적인 큰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폭염과 산불은 모두 지구가 기후위기를 통해서 인간에게 보내고 있는 신호입니다. 저희는 그런 기후위기를 통해서 저희가 진 업보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자연은 우리를 판단하고 차별하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서는 소비와 착취 대신에 창조와 공존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본 문장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해요.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온 세상이 상품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가난해지겠는가. 세상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물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부유해지겠는가."
- 이민아/꿀벌 (비록 프로젝트 기획자)
마지막 강연은 '돌보는 몸-마음, 우리 모두의 오늘과 내일' 입니다. 우리 모두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노년의 몸, 아픈 몸은 이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진 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나 아픈 상황을 공포로 받아 들이기도 합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봄은 거의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되어 있는데 사회는 왜 어린이, 노년, 장애인, 병이 있는 사람들만 타인의 돌봄에 '의존'하는 몸으로 산다고 여길까요?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연구활동가, 김영옥 님과 '서로를 돌보는 삶'과 '연결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돌봄을 이야기할 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자고 제안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몸이라고 하는 것, 혹은 신체 혹은 손 이런 구체적인 이 접촉이 혹은 접촉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접촉이라고 하는 것을 그렇게 물리적으로도 이해해야 되고,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어떤 중요한 윤리적 관계성의 토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버틀러라든가 레빌라스 같은 윤리학을 전개한 철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취약한 타자의 얼굴 앞에서 비로소 그 타자를 향한 주체가 된다. 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버틀러는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타자에게 양도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레빌라스는 인질로서의 취약성이라는 말을 합니다.
취약하다고 하는 것은 장애인을 향해서 혹은 심지어 인지 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을 향해서, 혹은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 빠져있는 노숙인 같은 그런 빈곤한 사람을 향해서 늘 일종의 낙인처럼 사용하는 말이잖아요. 그러나 인류학적으로 취약성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하는 속성, 그래서 이 최대로 모든 사람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그리고 상호소통을 촉진시킬 수 있는 이 보편성으로써의 취약성을 잘 아는 것, 잘 깨닫는 것, 그리고 이 취약성을 토대로 연결,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돌봄을 이야기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라고 하는 것이에요."
-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연구활동가)
7번째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생생한 후기 어떠셨나요?
후기를 읽다보니 생중계로 강연을 만나지 못해 아쉬운 분들 있으시죠?
올해 11월, 여성환경연대 유튜브에 강연 영상이 업로드 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내년에 8번째 컨퍼런스로 또 만나요!
여성X몸X연결 : 제7회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
여성환경연대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에코페미니즘의 가치를 알리고자 애쓰고 있는데요.
에코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에코페미니즘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을까?' 라는 고민 속에서 7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컨퍼런스.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컨퍼런스는 15분 간, 5개의 주제로 에코페미니즘에 대해 나누는 행사입니다.
올해의 컨퍼런스는 9월 22일,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여성X몸X연결 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약 250명이 신청해주셨는데요. 채팅창을 통해 강연에 대한 소감과 의견을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요즘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습니다. '리얼충', '갓생', 들어보셨나요?
리얼한 현실의 삶에 충실한 사람의 줄임말,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모범이되는 삶을 의미합니다.
'리얼'하게 '갓생' 살자고 외치는 사회에서 솔직한 내 몸의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월경을 하거나, 아프거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들어도 티 내지 말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소비로 내 몸을 바꾸라는 요구를 하곤 하죠.
나의 몸을 '문자 그대로' 존재하게 만드는 햇빛과 공기 혹은 식물과 동물의 몸, 확장된 몸으로서 공동체와 맺고 있는 유기적 관계, 횡단적 신체에 대해서는 자주 잊어버리고 삽니다. 그래서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른 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서로를 연결해 대안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의 삶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첫 강연은 ‘생리라고 쓰고 '혐리'라고 불리는 월경’
2017년 루나컵 개발을 시작으로 8종의 월경컵을 디자인하고 한국 토종 월경컵 브랜드 <루나컵>을 운영하며 월경컵 소개보다 월경과 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월경 교육에 더 힘쓰고 있는 심윤미 님입니다.
심윤미 님은 5년간 월경컵 고객상담을 진행하며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떤 질문들일지 예측이 되시나요? 미성년자에게 이런 제품을 판매해도 되냐는 항의를 받기도 하고, 산부인과 병원에서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그런지 확인하는 질문 그리고 처녀막, 질 입구 주름이 손상되면 재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들을 받았다고 합니다.
많은 여성이 월경과 몸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 임신과 출산의 전 단계가 아닌 건강을 체크하고 내 몸을 이해하는 교육으로서의 월경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나누어 보았습니다.
"과학적으로 단 한 번도 월경 기간에 여성들이 감정적이고 혹은 비이성적이라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부정적인 어떤 인식들이 강화될수록 우리들의 경험들도 계속 부정적인 곳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어요. 말하자면 여러분이 월경하는 게 너무 귀찮아, 너무 힘들어, 내 몸이 나를 배신하는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월경통도 심해지고 여러분들의 기분도 더 나빠질 거예요.
한 번 상상해볼게요. 여러분이 월경이 시작되어서 기분이 나쁜 것인지, 혹은 내가 어제 폭식을 한 이유가 PMS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직장에서 동료랑 다투었던 것이 내 월경 때문인지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거든요? 오히려 월경 때문이 아니라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수면이 부족해서, 함께 일한 동료가 부당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이런 것은 아닐까요?
만약에 진짜로 다른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월경 탓을 했다면 내 몸은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월경 혐오, 여성 혐오의 가장 큰 문제는 여성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도 침묵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 심윤미 (루나컵 대표, 월경 교육 강사) -
학교 다닐 때는 체육 시간이 제일 싫었던 분 있나요?
두 번째 강연은 '운동'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왜 근육질의 몸인지, 트레이닝은 삶과 무관할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주제는 ‘여자는 체력, 운동으로 몸과 소통하다’.
외모 관리에 대한 압박, 각자 가진 몸의 특징을 교정하고 재활 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몸, 나이 든 몸 등 다양한 몸이 안전하게 함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어지려면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요?
박은지 님은 건강운동관리사이자, <여자는 체력>의 저자입니다. 기존 운동 센터가 여성과 소수자의 몸을 대하는 무례하고 가부장적인 방식에 문제를 느끼고 성별, 나이,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영등포구에 피프티핏을 공동 설립하고 운영중입니다.
"(...) 그 시간을 겪어내면서 내 몸을 내가 보살피는 그 과정들이 쌓이면서 ‘어깨가 아픈데, 그때는 이쪽을 마사지하면 관리할 수 있어’라는 자기 몸을 돌볼 수 있는 역량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여유가 생기고. 또 오랫동안 안 나왔다 나오면 그동안 무슨 일 있으셨어요? 라고 물어보는 동료가 생기고 내가 어디가 아프다 그러면 '그러면 그거는 저쪽 병원에 있는 누구 원장님을 한번 찾아가 보세요'라고 말해주는 동네 친구가 생기고 집에 무슨 일이 있어서 떡을 해야 된다 그러면 '떡집은 대조시장의 이 집을 가시는 게 맛있어요'라고 얘기를 해 주는 동네 이웃들이 생긴 거예요.
그 쌓여가는 관계와 자기 몸을 보살피는 시간. 그것이 저는 그냥 단순히 근력운동과 마사지를 통해 이분들이 건강해졌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이 전체적인 것들이 이분들에게 생츄어리처럼 작용해서 성장하실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자기 몸과 연결되면서, 그러면서 또 다른 사람의 몸을 생각하게 되고 서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더 품어주는 그런 품들이 생기신 거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자기 몸을 돌보는 것을 시작해서 다른 사람도 존중하는 그런 운동 문화가 만들어지고 확산되기를 바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운동 문화는 누가 만들어놓고 와서 여러분이 그냥 짠하고 즐기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그 공간에 가서 정말 나도 남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서 움직여보고 내 몸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누군가 애쓰고 있으면 '잘하신다. 응원한다.'라는 이런 격려의 한마디를 해 주고 그 품 하나하나를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내어갈 때 제가 생각하는 움직임을 통한 자기 몸과의 연결 또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은지 (<여자는 체력>저자, 건강운동관리사)
다음은 ‘자유로이, 차별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다’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장애여성의 이동권은 단지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의 '이동'만을 의미할까요? 일상의 소소함이 어떠한 몸에게는 '과분한/이기적인 요구'로 설명되고는 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단과 문턱과 경사로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것. 누군가의 허락과 양해, 동정과 차별에 노출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권리, 장애여성공감의 활동가, 유진아 님의 세번째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장애여성의 이동권은 물리적 이동권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동할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이동할 수 있는 관계도 이동권에 포함되어야 되는 건데요. 저와 함께 활동하는 장애여성 동료는 몇 년에 걸쳐서 지금 계속 출근을 하는데 출근길마다 듣는 말이 있어요. '어디 가니? 복지관 가니? 놀러가니?' 어느 누구도 중증의 언어장애, 강직된 몸을 가지고 있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여성이 모두가 출근하는 9시 매일매일 이동을 할지라도 그것이 출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장애여성이 무언가를 생산하는 노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고요. 두 번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여성들에게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 돌봄과 가사노동을 수행하기를 요청합니다. 예를 들어 일이 없는 네가 집에서 살림이라도 혹은 가사라도 해야 하지 않니, 이런 이야기를 굉장히 손쉽게 하는데요. 이것은 여성에 대한 억압과 그리고 장애여성에 대한 억압 이 두 가지가 굉장히 복합적이고 얽혀 있는 편견의 결과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유진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여성환경연대가 출간한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읽어 보셨나요?
에코페미니즘을 처음 만날 때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입니다.
네 번째 강연은 '소비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책 제목처럼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이민아(꿀벌) 님은 도시를 벗어나 지리산 숲과 마을에서 생활하며 느낀, 돈을 벌고 소비하는 것 이외의 삶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전했습니다.
"도시에서 살면 미디어에서 아무리 가뭄이라고, 홍수라고, 산불이 난다고 해도 잘 와닿지 않아요. 당장 저희가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꼭지를 틀면 바로 물이 나오고 스위치를 틀면 바로 전기가 나오는 것을 저희는 너무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누군가가 치르고 있습니다.
돈은 저희가 누리는 대가에 대한 온전한 책임이 아니에요. 흔히 "내가 내 돈 주고 쓰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 돈이 과연 강과 계곡, 한라산 백록담의 물에게 돌아갈까요? 아니면 송전탑이 지어져서 터전을 빼앗긴 동식물, 사람들에게 돌아갈까요? 그 돈을 받는 거대 기업, 정부조차 그 책임을 외면하고 회피하려 합니다.
도시는 더 큰 도시를 향해 가고, 숲은 더 큰 숲이 되려 하지요.
기후위기는 인간의 이기심에서부터 비롯된 거예요. 지난여름에 수도권과 강원도에 내린 이례적인 큰비,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폭염과 산불은 모두 지구가 기후위기를 통해서 인간에게 보내고 있는 신호입니다. 저희는 그런 기후위기를 통해서 저희가 진 업보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자연은 우리를 판단하고 차별하지 않습니다. 자연 속에서는 소비와 착취 대신에 창조와 공존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본 문장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해요.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온 세상이 상품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가난해지겠는가. 세상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선물이라면 우리는 얼마나 부유해지겠는가."
- 이민아/꿀벌 (비록 프로젝트 기획자)
마지막 강연은 '돌보는 몸-마음, 우리 모두의 오늘과 내일' 입니다. 우리 모두의 오늘과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노년의 몸, 아픈 몸은 이 사회에서 '쓸모'가 없어진 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나 아픈 상황을 공포로 받아 들이기도 합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봄은 거의 전적으로 여성에게 전가되어 있는데 사회는 왜 어린이, 노년, 장애인, 병이 있는 사람들만 타인의 돌봄에 '의존'하는 몸으로 산다고 여길까요?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연구활동가, 김영옥 님과 '서로를 돌보는 삶'과 '연결된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돌봄을 이야기할 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자고 제안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몸이라고 하는 것, 혹은 신체 혹은 손 이런 구체적인 이 접촉이 혹은 접촉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접촉이라고 하는 것을 그렇게 물리적으로도 이해해야 되고,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어떤 중요한 윤리적 관계성의 토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버틀러라든가 레빌라스 같은 윤리학을 전개한 철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요.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주체가 되는 게 아니라 취약한 타자의 얼굴 앞에서 비로소 그 타자를 향한 주체가 된다. 이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버틀러는 우리는 항상 서로에게 노출되어 있다. 우리는 이미 타자에게 양도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레빌라스는 인질로서의 취약성이라는 말을 합니다.
취약하다고 하는 것은 장애인을 향해서 혹은 심지어 인지 장애를 앓고 있는 노인을 향해서, 혹은 굉장히 열악한 상황에 빠져있는 노숙인 같은 그런 빈곤한 사람을 향해서 늘 일종의 낙인처럼 사용하는 말이잖아요. 그러나 인류학적으로 취약성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내재하는 속성, 그래서 이 최대로 모든 사람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그리고 상호소통을 촉진시킬 수 있는 이 보편성으로써의 취약성을 잘 아는 것, 잘 깨닫는 것, 그리고 이 취약성을 토대로 연결,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돌봄을 이야기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라고 하는 것이에요."
-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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