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는 성평등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다.
진정 오늘날 대한민국은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 벼랑 끝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기대어 사는 자연은 개발 광풍에 파헤쳐지고 쓰레기장이 되어 가고 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아프고 우울하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만연하다. 매해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우는 일상을 위협한다.
그러나 이 위기를 헤쳐나갈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정부는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심지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걱정하는 말들을 거짓 선동이라고 공격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하고, 재해 현장에 뛰어간들 상황을 바꿀 순 없다고 팔짱을 낀다.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공허한 말만 나부낄 뿐, 고민하는 자도 책임지는 자도 없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데 벗어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무기력하게 주저앉거나 각자도생하는 것이 해답인가.
미래는 커녕, 내일도 꿈꾸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이 위기의 원인이 성장과 개발을 앞세우며 폭주해온 가부장제적 자본주의라는 것을 선언한다. 가부장제적 자본주의는 자연과 여성, ‘노동’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존재, 비인간종을 끊임없이 착취하고 소외시키면서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왔다. 생명은 짓밟히고 돌봄은 싸구려가 되었다. 가난은 불편을 넘어 모욕적인 일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 합계출생율 0.78명, 자살율 세계 1위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위기가 심화될수록 여성들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코로나19 시기에 경험했듯이 수많은 여성들이 해고와 경제적 어려움, 돌봄 노동의 부담을 오롯이 짊어져야 했다. 사회 경제 질서가 무너질수록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 역시 위협받기 마련이다.
가부장제적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기 전에 멈춰 세워야 한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넘어 탈성장 돌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버리는 대신,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는 삶의 양식을 체득해야 한다. 누구나 돌보고 돌봄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하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동과 주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그간 쌓아온 자원을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또한 공정한 전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정함은 남성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일자리 대책에 불과하다. 공정도, 전환도 없다.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뿌려지고 있는 바다, 콘크리트 보에 갇혀 썩어가는 강물, 말라가고 불타오르는 산, 산불과 폭우에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 오늘도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 일하다 다치고 죽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시설 안에 갇힌 장애인들, 인간의 식욕을 위해 한해 10억 명씩 도살되는 비인간 동물들…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전환은 이들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뜨거운 9월이다. 며칠 뒤면 기후정의를 외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일 것이다. 기후위기를 단숨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우리는 억만장자 테크 기업인들이 떠들어대는 과학 기술적 해법을 믿지 않는다. 비관론자들이 그리는 지옥도 같은 미래도, 정부가 내미는 녹색성장 같은 허무맹랑한 약속도 받아들일 수 없다. 우주에 핵쓰레기를 가져다 버리고 달 이주를 꿈꾸는 대신, 지금 여기 망가지고 상처입은 지구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갈 길을 모색할 것이다.
2024년 8월 30일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는 성평등한 기후위기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907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다.
진정 오늘날 대한민국은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는, 벼랑 끝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기대어 사는 자연은 개발 광풍에 파헤쳐지고 쓰레기장이 되어 가고 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아프고 우울하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만연하다. 매해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과 폭우는 일상을 위협한다.
그러나 이 위기를 헤쳐나갈 비전을 제시해야 할 정부는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심지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걱정하는 말들을 거짓 선동이라고 공격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하고, 재해 현장에 뛰어간들 상황을 바꿀 순 없다고 팔짱을 낀다. 지속가능한 내일이라는 공허한 말만 나부낄 뿐, 고민하는 자도 책임지는 자도 없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데 벗어날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무기력하게 주저앉거나 각자도생하는 것이 해답인가.
미래는 커녕, 내일도 꿈꾸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는 이 위기의 원인이 성장과 개발을 앞세우며 폭주해온 가부장제적 자본주의라는 것을 선언한다. 가부장제적 자본주의는 자연과 여성, ‘노동’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존재, 비인간종을 끊임없이 착취하고 소외시키면서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왔다. 생명은 짓밟히고 돌봄은 싸구려가 되었다. 가난은 불편을 넘어 모욕적인 일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 합계출생율 0.78명, 자살율 세계 1위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특히 위기가 심화될수록 여성들의 삶은 더 힘들어진다. 코로나19 시기에 경험했듯이 수많은 여성들이 해고와 경제적 어려움, 돌봄 노동의 부담을 오롯이 짊어져야 했다. 사회 경제 질서가 무너질수록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 권리 역시 위협받기 마련이다.
가부장제적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기 전에 멈춰 세워야 한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넘어 탈성장 돌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버리는 대신,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는 삶의 양식을 체득해야 한다. 누구나 돌보고 돌봄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하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노동과 주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그간 쌓아온 자원을 기후위기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눠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 또한 공정한 전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의 공정함은 남성 정규직 노동자 중심의 일자리 대책에 불과하다. 공정도, 전환도 없다.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뿌려지고 있는 바다, 콘크리트 보에 갇혀 썩어가는 강물, 말라가고 불타오르는 산, 산불과 폭우에 집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 오늘도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 일하다 다치고 죽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농민, 시설 안에 갇힌 장애인들, 인간의 식욕을 위해 한해 10억 명씩 도살되는 비인간 동물들… 우리가 바라는 정의로운 전환은 이들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뜨거운 9월이다. 며칠 뒤면 기후정의를 외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광장에 모일 것이다. 기후위기를 단숨에 해결할 방법은 없다. 우리는 억만장자 테크 기업인들이 떠들어대는 과학 기술적 해법을 믿지 않는다. 비관론자들이 그리는 지옥도 같은 미래도, 정부가 내미는 녹색성장 같은 허무맹랑한 약속도 받아들일 수 없다. 우주에 핵쓰레기를 가져다 버리고 달 이주를 꿈꾸는 대신, 지금 여기 망가지고 상처입은 지구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갈 길을 모색할 것이다.
2024년 8월 30일
여성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