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OECD 재활용률 2위의 이면…재활용선별원 100% ”베이거나 찔린 적 있어”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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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재활용률 2위의 이면…재활용선별원 100% ”베이거나 찔린 적 있어”

신다인 기자
  • 입력 2025.04.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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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지구의 날 맞아 재활용선별원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재활용선별원, 평균 55.2세, 94.8%가 여성
근골격계 질환 심각, 보호장비 지급 부족해

재활용 선별 작업 중인 선별원ⓒ여성환경연대
재활용 선별 작업 중인 선별원ⓒ여성환경연대

재활용 선별원 100%가 업무 중 베이거나 찔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여성환경연대는 재활용 선별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를 조명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6~7월까지 전국 생활폐기물 자원순환 시설에서 6개월 이상 근무한 선별 노동자 7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 선별노동자는 94.8%가 여성, 85.7%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 연수는 6.2년, 평균 임금은 239.4만원이었다.

폐기물처리 등의 동종 업종 종사자의 평균 근속년수 47.3년에 비해 선별원은 86.8% 짧은 것으로 나타나, 선별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 근속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방증했다.

특히 노동환경은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응답자들은 일상적으로 분진(87.3점), 악취(86.0점), 더위·추위(85.2점), 소음(82.6점) 등의 유해요인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호흡기 및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성도 높았다.

응답자 중에서 손목·손(68.8%), 어깨(61.0%), 허리(54.5%) 등에 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고 답했으며, 4일 이상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37.7%에 달했다. 하지만 산재를 신청한 이들은 24.1%에 그쳤다. 복잡한 절차와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주요 원인이다.

산업재해 위험도 심각하다. 2021년 고용노동부는 폐기물처리업에 대해 사망사고 위험 경보를 발령한 바 있으나, 여전히 선별장에서는 중대재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작업 중 설비에 끼여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대재해와 직결되는 안전 시설에 대해 응답자들은 ‘이물질 제거 작업 전 가동을 멈추지 않는다’(15.6%), ‘안전덮개가 설치되있지 않다’(15.6%), ‘건널다리를 이용하지 않는다’(35.1%)고 답했다.

선별노동자 전원은 업무 중 찔리거나 베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요 원인은 유리조각(44.2%)과 주삿바늘·의료용품(24.2%)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해야 할 기본적인 장비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85.7%는 오염물 전용 집게가 지급되지 않았고, 찔림·절단보호 장갑(33.8%), 보안경 및 안면 보호구(36.4%)도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휴게시설과 샤워 공간도 문제가 심각하다. 조사에서는 샤워실의 성별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15.6%였고, 환기가 되지 않거나 유해물질 노출이 우려되는 휴게 공간도 보고됐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은 “자원순환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전략이며, 그 중심에 있는 재활용 선별원의 노동환경 개선은 노동권 보장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폐기물관리법 제·개정을 통한 보호구 지급 및 안전기준 마련, △지자체의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직접 운영 및 고용을 통한 노동조건 안정화, △정기적인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관리·감독 체계 구축 등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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