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부는 탈플라스틱 한다는데⋯ 전국은 일회용 생수냉장고 열풍? |
산책로에서 생수 나눠주는 ‘생수 냉장고 사업’ 열풍
노원구에서만 올여름 216만병 배포
근처 공공 음수대는 무용지물, 플라스틱 쓰레기만 쌓여간다
이재명 정부는 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되게도 지금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거리마다 일회용 페트병 생수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생수냉장고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수 냉장고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노원구에서는 올여름에만 무려 216만병을 배포한다고 발표했다.
생수냉장고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생수 구입 비용 뿐 아니라 냉장고 렌탈 비용, 상주 인력 인건비, 냉장고 설비 공사 비용 등이 투입되어 지자체별로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생수냉장고의 영향으로 공원에는 페트병 쓰레기들이 투기되고 1인 1병 안내가 무색하게 인당 10개씩 가져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탄소중립과 탈플라스틱이라는 국정 기조에 발맞춰 정책 방향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북구 Oasis 수유교 하부 부스에서 수십병의 생수병이 쌓여있다.
다양한 명칭으로 전국 지자체 확산되고 있는 생수냉장고
5곳 현장 모니터링 결과… 무분별한 이용과 쓰레기 투기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는 일명 ‘생수 냉장고’ 사업이 전국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시기 노원구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폭염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순식간에 전국 지자체로 번져나갔다. 서울시 안에서도 25개 자치구 중 절반 가까이가 오아시스 냉장고, 생수터, 힐링냉장고 등의 이름으로 자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7월 마지막 주 이틀 간 강북구་노원구་도봉구་중구་중랑구 5개 자치구에서 생수냉장고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모니터링 결과 모든 현장에서 1분에 1명꼴로 이용객이 있을만큼 이용도가 높았으며 주로 산책로 이용객과 행인들의 이용이 많았다. 또한 부스마다 ‘1인 1병’이라고 쓰인 안내가 무색하게 여러 병을 가져가는 이용객이 많았으며 부스가 설치된 공원 안에서 마시다 남은 생수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잦았다.
5개 자치구 중에서도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노원구는 올여름에만 216만병의 생수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중계근린공원에서는 냉동고 수십대가 설치되어 매일 자치구 각 지역으로 운송될 생수들을 얼리고 있었으며 공원 한 켠에는 폐기된 생수병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노원구 ‘힐링냉장고’ 사업을 위해 수십대의 냉동고 앞에 수백병의 생수가 쌓여있다.
올여름 42만병을 배포하겠다고 밝힌 중랑구의 ‘중랑옹달샘’ 망우역사문화공원 부스에는 상주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냉장고 앞 벤치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생수 열댓개를 가방에 담아가는 이용객도 있었다.

▲중랑구 ‘중랑옹달샘’ 냉장고에서 일부 이용객들이 여러병의 생수를 한 번에 가져가고 있다.
공원 산책로 뿐 아니라 천변 산책로 여러 곳에서도 생수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다. 강북구와 도봉구는 우이천을 경계로 면을 맞대고 있다. 수유교를 사이에 두고 2개 자치구는 각자 생수 냉장고 부스를 운영하고 있어 중복 이용의 문제가 역력했다.
중구에서는 관리 인력 배치 대신 15초에 1병씩 생수가 나오는 ‘오! 빙고!’ 자판기를 설치했으나, 모니터링 결과 1인당 1병이라는 원칙을 지키도록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생수 자판기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공원 화장실에 한 입 먹고 버려지는 생수들이 발견된다”며 “무료라고 하니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수를 마구 가져가 예산낭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음수대라는 대안도 고려해야
폭염취약계층에 더 유효한 하루폭염대책 필요해
그렇다면 생수 냉장고 사업이 운영되는 공간에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아예 없을까? 생수 냉장고 사업이 운영되는 공원과 산책로에는 대부분 이미 공공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햇볕에 달궈져 미지근한 물이 나오다가도 잠시 물을 흐르게 두면 금세 시원한 물이 흘러나왔다. 공공 음수대 바로 옆에서 생수 냉장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음수대 안내판에 쓰여진 ‘아리수와 함께’, ‘페트병 줄이기’를 실천하자는 문구가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노원구 ‘힐링냉장고’가 운영되는 중계근린공원 음수대에 '페트병 줄이기'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기후위기가 더욱 극심해지는 시대에 폭염 시 수분 섭취는 중요하다. 그러나 공공 음수대와 같은 식수 공급 시설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 생수 냉장고 사업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우며 엄청난 페트병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폭염취약계층에게 더 유효한 지원과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성환경연대는 생수냉장고 사업에 대한 추가적 모니터링과 대안 방안 마련을 위해 8월 21일(목) 까지 시민참여형 온라인 제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ecofem.short.gy/bottledwater) 문제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거주하는 동네의 생수냉장고 사업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참여링크를 통해 의견을 남길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제보 내용을 통해 생수냉장고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 확산과 대응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보도자료] 정부는 탈플라스틱 한다는데⋯
전국은 일회용 생수냉장고 열풍?
산책로에서 생수 나눠주는 ‘생수 냉장고 사업’ 열풍
노원구에서만 올여름 216만병 배포
근처 공공 음수대는 무용지물, 플라스틱 쓰레기만 쌓여간다
이재명 정부는 연내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와 대조되게도 지금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거리마다 일회용 페트병 생수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생수냉장고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수 냉장고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노원구에서는 올여름에만 무려 216만병을 배포한다고 발표했다.
생수냉장고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생수 구입 비용 뿐 아니라 냉장고 렌탈 비용, 상주 인력 인건비, 냉장고 설비 공사 비용 등이 투입되어 지자체별로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생수냉장고의 영향으로 공원에는 페트병 쓰레기들이 투기되고 1인 1병 안내가 무색하게 인당 10개씩 가져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탄소중립과 탈플라스틱이라는 국정 기조에 발맞춰 정책 방향의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강북구 Oasis 수유교 하부 부스에서 수십병의 생수병이 쌓여있다.
다양한 명칭으로 전국 지자체 확산되고 있는 생수냉장고
5곳 현장 모니터링 결과… 무분별한 이용과 쓰레기 투기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는 일명 ‘생수 냉장고’ 사업이 전국 각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시기 노원구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폭염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순식간에 전국 지자체로 번져나갔다. 서울시 안에서도 25개 자치구 중 절반 가까이가 오아시스 냉장고, 생수터, 힐링냉장고 등의 이름으로 자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7월 마지막 주 이틀 간 강북구་노원구་도봉구་중구་중랑구 5개 자치구에서 생수냉장고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모니터링 결과 모든 현장에서 1분에 1명꼴로 이용객이 있을만큼 이용도가 높았으며 주로 산책로 이용객과 행인들의 이용이 많았다. 또한 부스마다 ‘1인 1병’이라고 쓰인 안내가 무색하게 여러 병을 가져가는 이용객이 많았으며 부스가 설치된 공원 안에서 마시다 남은 생수병이 발견되는 경우도 잦았다.
5개 자치구 중에서도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노원구는 올여름에만 216만병의 생수를 배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중계근린공원에서는 냉동고 수십대가 설치되어 매일 자치구 각 지역으로 운송될 생수들을 얼리고 있었으며 공원 한 켠에는 폐기된 생수병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노원구 ‘힐링냉장고’ 사업을 위해 수십대의 냉동고 앞에 수백병의 생수가 쌓여있다.
올여름 42만병을 배포하겠다고 밝힌 중랑구의 ‘중랑옹달샘’ 망우역사문화공원 부스에는 상주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냉장고 앞 벤치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생수 열댓개를 가방에 담아가는 이용객도 있었다.
▲중랑구 ‘중랑옹달샘’ 냉장고에서 일부 이용객들이 여러병의 생수를 한 번에 가져가고 있다.
공원 산책로 뿐 아니라 천변 산책로 여러 곳에서도 생수냉장고가 운영되고 있다. 강북구와 도봉구는 우이천을 경계로 면을 맞대고 있다. 수유교를 사이에 두고 2개 자치구는 각자 생수 냉장고 부스를 운영하고 있어 중복 이용의 문제가 역력했다.
중구에서는 관리 인력 배치 대신 15초에 1병씩 생수가 나오는 ‘오! 빙고!’ 자판기를 설치했으나, 모니터링 결과 1인당 1병이라는 원칙을 지키도록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생수 자판기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공원 화장실에 한 입 먹고 버려지는 생수들이 발견된다”며 “무료라고 하니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수를 마구 가져가 예산낭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음수대라는 대안도 고려해야
폭염취약계층에 더 유효한 하루폭염대책 필요해
그렇다면 생수 냉장고 사업이 운영되는 공간에는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이 아예 없을까? 생수 냉장고 사업이 운영되는 공원과 산책로에는 대부분 이미 공공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햇볕에 달궈져 미지근한 물이 나오다가도 잠시 물을 흐르게 두면 금세 시원한 물이 흘러나왔다. 공공 음수대 바로 옆에서 생수 냉장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음수대 안내판에 쓰여진 ‘아리수와 함께’, ‘페트병 줄이기’를 실천하자는 문구가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노원구 ‘힐링냉장고’가 운영되는 중계근린공원 음수대에 '페트병 줄이기' 안내 문구가 적혀있다
기후위기가 더욱 극심해지는 시대에 폭염 시 수분 섭취는 중요하다. 그러나 공공 음수대와 같은 식수 공급 시설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 생수 냉장고 사업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우며 엄청난 페트병 쓰레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폭염취약계층에게 더 유효한 지원과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여성환경연대는 생수냉장고 사업에 대한 추가적 모니터링과 대안 방안 마련을 위해 8월 21일(목) 까지 시민참여형 온라인 제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ecofem.short.gy/bottledwater) 문제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거주하는 동네의 생수냉장고 사업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참여링크를 통해 의견을 남길 수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제보 내용을 통해 생수냉장고 사업에 대한 문제의식 확산과 대응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