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손해배상 청구 기각에 따른 여성환경연대의 입장문

관리자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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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었다고 생리대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

생리대 안전성, 다시 정부에 책임을 묻는다

지난 9월 24일(목)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는 ‘릴리안’ 생리대 사용자 5,287명이 깨끗한나라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2017년,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 월경혈 감소, 월경 불순 등 신체적 증상과 정신적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1심 재판부는 2017년 식약처의 생리대 전수조사 결과 릴리안 제품 중 일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성분이 검출됐으나, 제조사가 이를 예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사전에 설명·고지 의무가 없으며 따라서 손해배상을 할 의무도 없다고 판결했다. 즉, 이 판결은 일회용 생리대나 릴리안 제품의 위해성을 판단한 것이 아니다. 제조사가 일회용 생리대 속 화학물질이 여성의 몸에 유해하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미리 알렸는지 여부를 따지는 사전고지 책임에 대한 법적 판단일 뿐이다.

일회용 생리대 및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위해성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2017년 식약처의 생리대 전수조사에서도 휘발성유기화학물이 검출되었으나 식약처는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주관한 2018년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예비조사에서 “생리통, 생리양의 변화, 생리혈색 변화, 덩어리혈 증가 등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통증, 가려움증, 뾰루지 등 외음부 증상이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 증상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러한 증상들을 확인하기 위한 독성학 및 역학적인 평가 등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제안이 나온 상황이다.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는 현재 1차 본조사를 거쳐 2차 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라돈 생리대 사태(2018), 나트라케어의 허위 품목신고 적발(2020) 등이 해마다 터지며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이 소송의 책임은 일회용 생리대 관리에 소홀하고 생리대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식약처와 정부에 있다. 재판부는 일부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노출량과 노출경로, 노출기간 등에 따라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로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방출된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했다. 또한 여성들이 제출한 진술서나 진단서 등에서 나타난 증상들은 일반 환경에서 발생할 확률이 희박한 질병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즉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생리대 사용 과정에서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인한 위험에 관해 표시하도록 하는 법령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은 자료 없음, 증거 없음, 제도 없음을 근거로 기업의 책임을 눈감아 주고 피해 입증의 책임을 다시 여성들에게 떠넘겼다. 왜 재판부는 기업의 책임에 그토록 관대한가?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생리대의 위해성을 입증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제품의 안전성을 보증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여성은 피해로 인한 고통과 피해 입증의 책임까지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 나아가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책임은 수년 전부터 해당 제품의 건강 피해에 대한 호소 글이 온라인상에서 널리 확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실태파악이나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던 기업과 기업의 입장에서 여성의 피해호소를 부정한 정부에 있다.

생리대 안전성에 대해 어떤 의혹도 해소하지 못하고 피해자들의 고통도 보상받지 못한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환경연대는 유감을 표한다. 3년 전 생리대안전성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묻고 사회적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여성들의 목소리를 묵살하고 기업의 편을 들어준 이번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 여전히 생리대 부작용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여성의 예민함’으로 축소시키는 현실 또한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여성들이 호소하고 제기한 문제제기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라돈생리대, 허위 품목신고 적발 건 등으로 불안감과 고통만 더 커졌을 뿐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정부와 기업에게 생리대 안전성 문제에 책임을 다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또한 안전한 생리대 생산과 유통-폐기 과정 구축을 위한 정부의 책임 는 태도를 촉구한다. 여성들은 안전하고 건강하게 월경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여성환경연대는 여성들과 함께 연대할 것이다.

2020년 9월 29일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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