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갱년기 여성 10명 중 9명, 돌봄 필요”… 여성환경연대 국내 첫 실태조사 발표

여성환경연대
2025-10-31
조회수 58


  • 갱년기 추정인구 845만 명 시대, 임신·출산 정책 뒤에 가려진 ‘갱년기 정책 공백’
  • “할머니네”,“중년 여자 냄새 난다”...사회적 편견 속 갱년기 여성의 고립 실태
  • 갱년기 여성 64.9% 일상생활 지장 겪어…‘갱년기 돌봄’은 어디에 있나
  • 기후위기 속 완경 여성의 ‘더위’ 고통… 건강 불평등 심화 우려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갱년기가 찾아올 예정이거나, 이미 겪고 있는 여성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건강 정책은 여전히 임신·출산 등 가임기 여성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갱년기(이하 완경기) 여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사실상 공백 상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10월 28일, 국내 최초로 <완경기 경험과 돌봄 필요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7월 29일부터 8월 31일까지 전국의 40~60세 여성 1,443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완경기 증상뿐 아니라 소득·직업·관계 등 사회적 요인을 함께 분석한 국내 첫 통합적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사를 담당한 서정희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이번 조사는 완경을 단순한 생물학적 변화가 아닌,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전환기로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이라고 밝혔다.


고령사회로 향하는 한국, 완경기 돌봄이 새 과제

  조사 결과, 응답자의 평균 연령은 49.8세로, 50~54세(31.2%)가 가장 많았다. 직업은 사무직(25.3%), 서비스직(22.7%)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현재 소득 활동을 하지 않는 여성도 23.6%에 달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2.9%가 ‘완경기 돌봄이 필요하다’라고 답해, 완경기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고령 인구 증가에 대비할 필요성을 드러냈다.


c01442c5065c2.png

▲ 완경기 신체적·정서적 변화 수용 어려움 정도

(출처 : 여성환경연대)

065416a94322c.png

▲ 완경기 변화가 인간관계에 미친 영향

(출처 : 여성환경연대)


절반 이상이 신체·정서적 어려움 호소… 완경기 여성의 건강 공백 드러나

  조사에 따르면, 완경기 여성의 64.9%가 신체적·정서적 변화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증상으로는 더위, 수면장애, 피로감, 우울감 등이 꼽혔으며, 응답자의 65.0%가 신체적 변화를, 63.6%가 정신적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내 변화를 이해받지 못해 외로움을 느꼈다”(28.8%), “가족과 다툼이 잦아졌다”(20.8%)는 응답도 높아,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정서적 고립과 관계의 어려움이 동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완경기로 접어드는 단계에서는 외로움과 불안이 두드러졌으나, 완경 이후에는 점차 수용과 안정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완경 이후 삶, ‘편해졌다’는 여성 늘었지만 여전히 불안감 공존

  완경 후에는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21.3%), “내 몸을 더 잘 돌보게 되었다”(18.0%)는 긍정적 응답이 나타났으나, 동시에 “완경이 두렵다”(22.8%), “건강을 과도하게 염려하게 되었다”(19.8%)는 부정적 인식도 공존했다.  이는 완경기를 둘러싼 사회적 낙인과 정보 부족, 돌봄 체계 부재가 여성의 심리적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임을 보여준다.


“이제 임신도 힘드니 할머니네”,  완경 인식 변화 절실

  응답자 다수는 완경과 관련된 조롱과 낙인 경험을 호소했다.  “이제 애도 못 낳는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정신이 가출했냐”, “돼지 같다”, “배가 많이 나왔다” 등 외모·노화 조롱, 생식 능력 중심의 가치 판단, 성역할 기반 낙인이 여전히 만연했다. 이 같은 언어적 폭력은 완경기 여성이 자신의 어려움을 드러내거나 지원체계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는 “여성의 가치를 출산 여부와 가능성에 두고 판단하는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여성의 건강권은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93a6670f31217.png▲ 완경기, 가장 필요한 정책 (출처 : 여성환경연대)

d9369ccf165f5.png▲ 완경기, 가장 필요한 돌봄 (출처 : 여성환경연대)


  완경기 돌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92.9%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장 도움이 되는 관계로는 친구, 파트너(배우자), 전문가(의사·심리상담사), 자녀 순이었으며 필요한 정책으로는 사회 인식 개선 캠페인(23.4%), 신뢰할 수 있는 건강정보 제공 시스템(21.7%)이 꼽혔다. 또한, 응답자들은 가장 필요한 돌봄으로 정서적 지지(24%), 생활습관 가이드 제공(20%), 주변인의 공감과 이해 증진(20%)를 꼽았다. 이는 완경기를 겪는 여성이 단순한 의료 지원을 넘어, 관계적·심리적 돌봄을 필요로 함을 보여준다. 

  여성환경연대는 “응답자 다수가 돌봄의 주체를 ‘자신’이라고 답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가 관리 가이드라인과 지역사회 기반의 상호돌봄 네트워크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완경 경험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관계적·사회적 경험으로 확장되기에 공공과 지역사회가 함께 완경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완경기 폭염이 두려운 여성들, 성별에 따른 어려움 증가

  한편, 조사에서는 완경기 여성이 일상에서 가장 크게 불편을 겪는 증상으로 ‘더위’가 꼽혔다. 여성환경연대는 “기후위기로 인한 온도 상승이 심화되면서 완경기 여성의 불편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의 성별 건강 불평등에 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돌봄 지원, 지금이 논의의 시작점

  이번 조사는 완경을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돌봄의 문제로 확장해 분석한 국내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연구들이 완경으로 인한 신체적/정서적 변화를 ‘질병화’하거나, 호르몬 중심으로 접근해온 한계를 넘어, 이번 조사는 완경기 여성이 겪는 자각 경험을 토대로 관계적 돌봄의 관점의 중요성을 조명했다. 다만, 결혼·출산·장애·성정체성·이주 배경 등 교차적 조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으며,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여성 집단을 포괄하는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 전문은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0 0